국내 해운사들 배 주문못해 비상

중앙일보

입력

선박보유 규모 세계 7위를 자랑하는 국내 외항 해운업계가 3년 넘게 자기 배를 주문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외 수입의 3분의 1을 점하는 해운산업이 배 부족으로 삐걱거릴 경우 국제수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신조선 발주 중단〓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1995년 1백35만t에 달했던 선박 발주량은 97년 환란 이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99년 고려해운이 컨테이너선 두척을 발주한 것을 제외하면 98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한척도 발주하지 못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국가신용도가 떨어져 선박 발주를 위한 해외차입이 어렵게 된데다 대기업 부채비율 한도 2백%를 맞추다 보니 오히려 있는 배를 내다 팔아야 했다" 고 말했다. 환란 이후 정부의 계획조선과 한국은행의 외화대출이 폐지된 것도 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해부터는 환율 상승으로 83억달러에 달하는 해운업계의 외화부채가 원화로 회계장부에 잡히면서 지난해 말 현재 평균 부채비율이 6백% 이상으로 뛰면서 대외 신용도는 더욱 타격을 입었다.

◇ 배가 있어야 장사한다〓김영무 선주협회 이사는 "새 배가 부족한 국내 회사들은 다른 나라 배를 비싸게 빌려 운임 경쟁력이 뒤지게 됐다" 고 말했다.

자기 소유의 선박이 부족하면 화물을 딸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신규 항로 진출 전략 등을 수립할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국내 해운업계의 연간 신규 선박 수요는 ▶노후선박 대체▶컨테이너선 대형화, 교역량 증가 등에 따른 신규 수요를 합해 1백20여만t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화 추세가 뚜렷한 컨테이너선의 수명은 길어야 5년 정도다.

98년 이후 3년간 해운업계는 환란 이전에 발주했던 배를 인도받아 2백50만t의 신규 선박을 확보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13척, 1백30만t)등 특수선이 주류고 컨테이너.벌크 등 범용 선박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외국 선주가 국내 조선소에 배를 주문할 때 지원하는 한국수출입은행 자금을 국내 선박회사에도 허용하고 ▶노르웨이 KS 펀드 같은 선박투자회사 제도(투자회사가 비용을 대 만든 선박을 해운업체에 장기 임대하는 것)를 도입할 것 등을 당국에 요청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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