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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백세주의 배상면 일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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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주' 일가(一家)가 한국의 약주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전통주 제조를 고집해온 국순당 배상면(77)회장의 2남1녀 가운데 장남 중호(48.국순당 사장)씨와 차남 영호(42.배상면주가 사장)씨에 이어 외동딸 혜정(45)씨도 지난달 '배혜정누룩도가' 를 차리면서 2대에 걸쳐 약주제조에 뛰어든 것이다.

약주 전문기업인 배회장 일가는 1993년 말에 내놓은 백세주가 히트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남 중호씨는 "당시만 해도 아버님께서 누룩 연구에만 몰두하셨지, 사업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며 "91년 백세주를 개발했지만 유통망을 갖춘 93년에야 상품으로 빛을 보게 됐다" 고 말했다.

50여년간 누룩 연구에 몰두해온 배회장은 아직도 약주 개발에만 몰두, 사업은 신경쓰지 않는다.

최근에는 약주 기술서적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대신 "자식들이 힘을 합쳐 양주에 밀려나고 있는 전통주 시장을 키웠으면 한다" 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기대처럼 백세주 히트에는 중호.영호 형제의 공이 컸다. 영업망을 갖추고 본격적인 주류유통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형제는 백세주 히트 이후 분가하면서 업종을 특화했다. 백세주 중심의 대중 약주 전문기업인 국순당은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했고, 올해 매출 1천1백억원.순이익 2백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주류회사인 두산과 진로에서 백세주 경합상품인 군주.천국 등 약주를 각각 내놓아 긴장하고 있다.

중호씨는 "최근 소주와 백세주를 섞어 마시는 '50세주' 가 인기인데, 아직까지는 백세주가 판매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96년 배상면주가를 차린 영호씨는 소량 다품종 약주에 주력한다. '산사춘' 등 5개 종류의 약주를 세트로 내놓은데 이어 '전통술 아이스크림' 등 약주 칵테일까지 합치면 20종류가 넘는다. 96년 말 경기도 포천에 '전통주박물관' 을 개관하기도 했다.

외동딸인 혜정씨도 연구소에서 일하다 탁주를 전문화한 '배혜정누룩도가' 를 설립, '부자' 라는 고급탁주(3백㎖, 출고가 2천원)를 이달 말 시판한다.

올해 1천5백억원 규모인 약주시장에서 이달 현재 백세주가 90%, 산사춘이 9%, 나머지 1%를 최근 나온 군주.천국 등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약주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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