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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 포르노 하루 1만 건 다운 … 제작량 세계 6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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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등생 성폭행 사건 현장검증이 1일 전남 나주시 범행 현장에서 열렸다. 성폭행범 고종석이 A양을 이불에 싸서 납치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뉴스 1]

“아동 음란물을 보면서 아이와 성관계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됐다.”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3)은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아동 음란물이 아동 대상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아동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롤리콘(lolicon·아동 성도착자)’에게 아동 포르노는 일종의 범죄 촉매제로 작용한다. 실제 최근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의 배후에는 아동 음란물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고종석은 PC방에서 아동 음란물을 자주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의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한 권일용(49)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경감은 “소아기호증엔 오직 아동만 성적 대상으로 느끼는 이와, 성인과 아동을 포함한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고종석은 후자에 해당된다”며 “그는 아이나 여성 등 약한 존재를 마음대로 통제함으로써 자존감과 쾌락을 얻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통영 초등학생 살해범 김점덕의 컴퓨터에서도 아동 음란물 70여 편이 발견됐다. 초등학생을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범행 전날 아동 음란물 50여 편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 3명 중 1명이 범행 직전 아동 포르노를 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아동 음란물은 아동 성도착자 등 취약 계층에게는 성범죄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아동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아동 음란물을 상습적으로 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3)씨 등 60명을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에 있는 D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아동이 출연하는 음란 동영상 5개를 3회 이상 반복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초(등학생) 5(학년)의 자위’ 등의 제목으로 대화창을 열어 동영상을 퍼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1일에도 스마트폰 앱으로 아동 포르노 동영상을 유포한 김모(3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가 유포한 동영상은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여자 아이가 성인 남성을 상대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학계에선 국내 웹하드·P2P 사이트 등에서 연간 약 420만 개의 아동 포르노가 다운로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한 유명 웹하드 사이트에서 아동 포르노를 뜻하는 ‘로리타’를 검색하자 ‘일본 초등학생’ 등 해외 아동 음란물 12개가 검색됐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제작된 아동 음란물도 등장했다. 영국 인터넷감시재단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온라인 아동 음란물 제작의 2.16%를 차지했다. ▶미국 50% ▶러시아 14.9% ▶일본 11.7% ▶스페인 8.8% ▶태국 3.6% 등에 이어 주요 제작 국가 중 하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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