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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FA제도 '찻잔 속의 태풍'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 적용된 자유계약제도(FA)가 한국농구연맹(KBL)이 장담했던 '지각변동' 이나 몸값 폭등을 유도하지 못하고 조용히 마감될 듯하다.

FA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김영만 · 강동희는 소속팀 기아에 눌러앉았다. 나머지 준척급 선수들도 이적보다 재계약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시장 자체가 실종돼버린 것이다.

결과는 예상됐던 일이다. KBL은 "스타들의 이적으로 판도가 재편되고 선수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게 됐다" 고 했지만 시행안이 나오자마자 선수들에게 실익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KBL이 정한 FA 규정은 선수들에게 불리한 내용뿐이다. 선수는 같은 포지션 랭킹 5위 이내의 선수를 보유한 팀에 갈 수 없고 가더라도 구단의 연봉 총액 상한 규정(샐러리 캡) 때문에 연봉 인상에 한계가 있다.

타 구단과의 협상에 실패하면 다음 시즌 출전이 불가능하다. 또 FA 선수를 받는 팀은 전 소속팀에 계약 총액의 30%를 지급하고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1명을 전 소속팀이 지명하면 무조건 보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수들은 이적이 아닌 재계약을 통해 연봉을 인상받는 길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FA 대상자 27명 가운데 이적 선수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허재(삼보)나 정재근(KCC) · 오성식(LG) 등 준척급 선수들도 소속팀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KBL은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라서 내용이 미흡할 수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들이 FA 신분을 얻는 것은 일생에 한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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