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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청·적·황·백·흑 … 색동옷 입는 숭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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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숭례문, 2012.8.30

2008년 2월 숭례문(崇禮門)이 불탔습니다.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세로로 걸었다는 현판도 한 노인의 어리석은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 현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모두 울었습니다. 국보 1호를 잃은 온 국민은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습니다.

 그로부터 4년6개월. 숭례문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원형을 모두 살릴 수는 없지만 잃어버렸던 성곽도 지난 6월 복원했습니다. 어렵게 구한 금강소나무로 기둥을 세웠습니다. 서까래와 기와도 얹었습니다.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살려 쓸 수 있는 목재는 최대한 사용했다고 합니다.

 오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숭례문은 요즘 화장이 한창입니다. 단청(丹靑)은 청·적·황·백·흑 등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입니다. 숭례문 단청은 조선 초기 양식을 반영한 1963년 해체·수리 당시 문양과 색깔을 기준으로 복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화학안료 대신 천연안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화학안료에 비해 화려함은 못해도 눈은 편안합니다. 색도 붉은색보다 녹색과 청색을 많이 써 은은하고 장중한 느낌입니다.

 30여 명의 화원은 오는 10월 완료를 목표로 정성스레 단청을 입히고 있습니다. 도심의 시끄러운 소음도 이들의 붓을 흔들리게 하지 못합니다. 폭염과 태풍에도 붓끝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기자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참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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