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IMF 아태국장 유스케 호리구찌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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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한국경제의 위기와 회복' 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유스케 호리구치(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난 19일 단독으로 만났다.

호리구치 국장은 외환위기 당시 IMF측 협상 책임자였던 휴버트 나이스 국장의 후임으로 지난해부터 아태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아자이 초프라 한국담당 과장이 배석했다.

- IMF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5%로 낮췄다.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인가.

"세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3.5%라는 수치는 결코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세계 경기가 금방 회복되지 않는 한 한국의 경제사정도 짧은 기간에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다. "

-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나.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세가지가 필요하다. 약간의 재정적자(slight budget deficit)와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업과 금융부문의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옳은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 부문에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

-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은 부채구조와 부채비율, 지배구조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 아직도 부채가 많으므로 자산을 더 팔아 부채를 줄여야 한다. 또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은행은 여신에 대한 심사기능이 보강돼야 한다. "

(초프라 과장) "특히 정부 소유 은행을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영화는 심사기능 강화와 은행 구조조정에 기여할 것이다. "

- 현대 계열사의 처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IMF로선 특정기업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자산을 더 팔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기업 상황을 잘 아는 채권단이 결정하는 것이 옳다. "

- 초프라 과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은행 중심에서 법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는데.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 은행도 빚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이기 때문에 부실기업을 처리할 때 과감하지 못한(soft) 정책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법과 규정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결국 법원이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상렬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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