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 급등… 향후 장세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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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에 무덤덤하던 미국 주식시장이 갑자기 급등하면서 서울 주식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라 단번에 590선을 넘어섰다.

계속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으로 인플레 우려가 희석된데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박스권에 지쳐있는 미국 투자자들을 `사자'로 몰았고 이런 분위기는 서울증시에 그대로 전파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 추세를 확실하게 반전시킬만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업실적과 경기가 관건이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가 가시화하고 기업실적 호전이 손에 잡혀야 증시가 상승세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대략 7월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들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덩달아 급등한 서울증시= 이날 서울증시가 달아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특별한 호재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날 새벽 미국 증시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증시는 다우지수의 경우 10,000에서 11,000선, 나스닥은 2,000에서 2,100선의 좁은 박스권에서 지루한 옆걸음을 지속했었다.

그런데 미국 전문가들도 예상치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던 15일(미국시각)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증시가 16일 `사자'세가 폭발하면서 갑자기 치솟아올랐다.

0.50%포인트의 금리인하는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주가에 반영됐다고 `여유'를 부리던 투자자들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소식에 지나칠 정도로 흥분했다.

당초 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가 0.40%∼0.50% 정도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0.30%로 나와 인플레 우려가 불식됐고 이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월 금리 추가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해석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보다 좋게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료'였던 게 아니라 호재에 목말라하던 시장이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너무 좋은쪽으로만 바라본 셈이다.

이같은 미국시장 분위기는 세계증시가운데서도 `동조화'가 가장 심한 서울증시에 그대로 투영됐다.

전날 외국인의 선물매도라는 비정상적인 악재때문에 급락했던 서울증시는 개장하자마자 달아오르기 시작, 오후 2시40분 현재 거래소시장은 20포인트, 코스닥시장은 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과 서울증시의 향방=그러나 이같은 급등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미국증시나 서울증시에 상승세를 추동할 수 있는 모멘텀이 없기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가라앉는 경기를 증시부양으로 살려보겠다는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의 의도에 따라 올들어 5차례에 걸쳐 금리를 2.50%포인트 인하했으나 아직 경기회복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하의 여지는 그만큼 좁아졌다. 아직까지 인플레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단기간에 걸친 급격한 금리인하는 물가인상을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가 급등한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안 국면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그동안의 계속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도 아직 없다. 거대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소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연초만해도 전문가들은 2.4분기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5월 중순이 지난 지금 아직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부분 3.4분기 또는 4.4분기가 돼야 경기가 바닥을 지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이 정상화되지않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나 서울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할만한 경기회복이나 기업실적개선과 같은 모멘텀이 당장은 없다는 얘기다.

▲7월이 장세전환의 분기점=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550선을 지지선으로 580∼600선의 박스권이 7월 초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초순과 중반에 걸쳐 국내총생산(GDP)이나 기업실적, 고용.물가 등 미국의 2.4분기 주요 경제지표가 나와봐야 국내 경기회복을 점칠 수 있고 여기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정해진다는 얘기다.

김석중 교보증권 리서치담당 이사는 미국이나 국내 증시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하나로 연초 이래 많이 오른 만큼 미국의 2분기 경제지표가 나오는 7월까지는 거래소의 경우 580∼600선, 코스닥은 80선 안팎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중 LG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래소가 600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미국시장의 흐름이 견조해야 하고 둘째는 유동성이 보강돼야 한다면서 600선 안팎의 두터운 매물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1∼2차례 더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국내의 경우 소비자기대지수 등의 심리지표가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3.4분기의 경기저점 통과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며 주식시장도 그때를 전후해 확실한 방향성을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로서는 증시의 추세를 바꿀 모멘텀이 없는게 사실이지만 하반기엔 경기회복 가시화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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