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스텔 입주민 “전기료가 무려 4배 올라. 차라리 전기를 끊어주세요”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올 여름. 어느 때보다 에어컨 사용 시간도 길었다. 심지어 가전제품 매장마다 에어컨이 동나면서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광경까지 연출됐다.

그런데 최근 폭염이 한 풀 꺾이면서 슬슬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서다.

실제로 주택의 경우 1974년부터 누진제가 적용돼 쓰면 쓸수록 전기요금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누진제는 쉽게 말해 구간 별로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는 6단계로 나눠져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처음 100kW 이하(1단계)에 적용되는 요금은 1kW당 5790원이다. 그러나 100~200kW(2단계)는 1만2020원, 3단계(200~300kW)는 1만7940원이다.

마지막 6단계(500kW 이상)는 16만7730원으로 1단계의 11배 정도다. 올 여름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에어켠 사용량이 늘면 전기요금은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누진제는 석유 파동이 이후인 1974년부터 전기 절약 차원에서 가정용에만 적용해 오고 있다.

그럼 실제로 전기요금은 얼마나 될까. 기본요금은 부가세를 포함해 월 5만6090원이다.

여기에 매일 4시간씩 한 달 동안 에어컨을 가동했다면 전기요금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가정용 에어컨(1.5kW 용량) 기준으로 4시간 사용하면 늘어나는 전력량은 6kWh(1.5kW × 4시간)다.

사용량 늘면 전기요금도 급등

7월 한 달 동안 계속 가동했다면 186kWh(6kWh × 31)로 증가한다. 여기에 평소 사용한 전력량 337kWh를 더하면 523kWh의 전력량이 나온다. 이를 전기 요금으로 환산하면 14만8180원이 된다.

만일 에어컨을 하루 평균 꼬박 8시간 사용했다면 요금은 더 큰 폭으로 오른다. 에어컨을 8시간 가동했을 때 늘어나는 전력량은 12kWh(1.5kWh × 8시간)다. 31일 사용 기준으로는 372kWh가 된다. 평소 사용량 337kWh를 감안하면 709kWh로 전기요금은 29만1410원까지 치솟는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한 달 동안 매일 10시간씩 에어컨을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대략 35만1470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된다. 장시간 가동으로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그런데 주택이야 30년이 넘게 누진제가 적용돼 그래도 거부감이 좀 적다고 하지만 뜬금없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곳이 있다.

바로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업무용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일반용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주택용보다 전기요금이 싸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정부 승인을 받아 올 초부터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에는 주택용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누진제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용 전기요금 부과

한전 측은 “오피스텔이 주거용이면서 업무용으로 적용돼 전기를 많이 쓰고도 요금을 적게 내는 게 사회 문제가 돼 약관을 변경했다”며 “이에 따라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주민 반발이다. 그동안 주택보다 싼 전기요금을 내 왔던 오피스텔 주민들은 말 그대로 전기 요금 폭탄을 맞았다.

오피스텔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기 요금을 종전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400%까지 더 내야 할 처지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일반 아파트나 단독주택보다는 열효율이나 단열 등 모든 면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주거용 오피스텔에 주택용 전기요금을 적용할 경우 대부분의 주민은 기존보다 높은 전기요금을 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일부 오피스텔에서는 집단으로 전기 요금 납부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부천시의 중동위브더스테이트 주민들은 전기사용계약 해지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1700여 실 규모로 102㎡형부터 231㎡에 이른다.

한전은 6월 관리단대표회의와 전기요금을 일반용에서 주택용으로 바꾸는 전기사용계약을 했고, 한전이 7월 부과한 전기요금은 전월 대비 400% 이상 올랐다. 6월 전기요금은 사용량 175만9236㎾h에 1억7423만원이었으나 7월은 193만5384㎾h에 7억8501만여원에 달했다.

이 와중에 전기요금까지 인상

그러자 주민들은 부당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한전과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한달에 10만~20만원 내던 전기료를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내야 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비 연체자가 증가하면 공실증가, 오피스텔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전기 요금 폭탄은 주거용으로 쓰는 대부분의 오피스텔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초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내 오피스텔 주인이 집단 민원을 넣는 등 반발했다. 다만 오피스텔을 실제로 업무용으로 사용할 경우 한전에 이를 소명하면 종전과 같은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이런 와중에 6일부터는 전기요금도 인상됐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2.7% 인상돼 한 달 전력 사용량이 300kwh 정도인 도시 가구는 1200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용도별로는 산업용 고압용이 6.0%로 인상폭이 가장 크다. 교육용과 농사용은 3.0% 오른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많이 사용하는 산업용•일반용 저압요금은 평균에 못 미치는 3.9% 인상된다.

한편 한전은 이번 인상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올 연말쯤 총괄 원가를 반영하는 수준의 추가 인상을 건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