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의 영향으로 미약하나마 선순환 조짐을 보였던 회사채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 반면 단기자금을 쓰기 위한 기업어음(CP) 발행은 오히려 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회사채 발행분에서 만기가 돌아와 상환한 분량을 뺀 순발행 규모는 1조3천1백87억원으로 지난달(1조3천6백33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O) 편입분 8천7백억원
▶산업은행 신속인수분 2백80억원
▶쌍용양회 출자전환 관련 전환사채 4천억원을 제외하면 시장의 '자생적인 힘' 에 의해 순발행된 회사채는 1백6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라이머리 CBO와 산업은행 신속인수분은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기관이 일정 부분 보증을 섰으며, 쌍용양회 전환사채는 시장에서 일반에 팔린 게 아니라 사모(私募)형식으로 발행된 것이다.
또 'BBB+' 등급의 회사채 순발행도 ▶1월 2천5백억원▶2월 2천3백억원▶3월 4백50억원이었으나 4월엔 -5백억원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월 중 회사채 상환 물량이 발행 물량보다 5백억원 많았다는 의미다.
반면 CP 순발행 규모는 지난 2월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4월에 발행된 CP중 만기가 15일 이내인 초단기 자금이 44%에 달할 정도로 자금시장의 단기 부동화(浮動化)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철 동양증권 채권팀장은 "우량 기업들은 설비투자 등 돈쓸 일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으려 하고, 비우량기업은 CBO에 편입됐거나 수요가 없을 것 같으니 아예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있다" 며 "향후 금리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회사채를 사려는 수요처도 많지 않다" 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