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정치인들의 자제를 촉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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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공격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어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집권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민당·다함께당이 공동 제출한 결의안에 공명당과 국민생활제일당도 찬성했고, 공산당과 사민당은 반대했다. 결의안은 독도 방문 항의와 일본 정부의 단호한 대응 촉구, 일왕 사죄 발언 철회 요구 등을 담았으며 한국 측의 냉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문구도 담겨 있다.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시게노 야스마사(重野安正) 사민당 간사장은 “(결의안은) 약간 자극적이고 도발적이어서 국회에서 결의할 내용이 아니다”며 “흥분해서 싸워도 좋은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치인의 눈으로도 이웃 나라에 대해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의 결의안을 일본 의회가 정식으로 채택한 것이다. 일본 의회가 독도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1953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는 10월 예정인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포퓰리즘적 행태로 풀이된다.

 특히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포퓰리즘적 한국 공격의 선두에 서 있다. 10%대의 저조한 지지율로 총선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는 계산에 따른 행동이다. 연일 한국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도 결의안 채택 직전 기자회견에서 일왕 사죄요구 발언에 대해 ‘사죄’를 요구했다.

 노다 총리 정부는 지난주 이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을 23일 한국대사관 측이 반송하려 하자 외무성을 걸어 잠그고 한국 외교관과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우편으로 반송되자 “외교적 실례”로 규정하면서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강변하고 있다. 한국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찬 서한을 전달한 것에 더해 한국 측이 내용을 읽어 보기도 전에 공개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고도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갈수록 도를 더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모습은 한·일 관계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결의안은 “한국이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요인과 한국 국민이 현명하고 냉정하게 대응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바로 일본 정치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 진정 ‘한국이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인식이 있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을 되풀이하면서 되레 한국에 대해 냉정하기를 촉구한다는 것이다.

 노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에게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 일본이 독도를 놓고 망언(妄言)을 거듭하는 것은 제국주의 시절의 통치를 정당화하려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인식을 줄 뿐이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정치지도자들은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