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 당한 여성 “도와달라” 묵살한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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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폭행 피해자가 때마침 현장을 지나던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이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모(26)씨 등 여성 3명은 지난 19일 오전 4시45분쯤 인천 부평시장 인근 골목을 걷고 있었다. 술에 취한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 2명과 마주친 이씨 등은 이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피한 뒤 계속 걸었다. 그러나 이 남성들은 앞서 걷던 이씨 일행을 뒤따라와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과 발,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렸다. 이씨의 일행 중 한 명은 남성들의 무차별 폭행으로 인해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가 빠지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폭행 현장을 피해 빠져나온 이씨는 50m 떨어진 큰길가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던 중, 마침 인근을 지나던 경찰 순찰차를 발견했다. 이씨는 순찰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따르면 순찰차에 타고 있던 인천 삼산경찰서 중앙파출소 경찰관은 “우리는 절도신고가 접수돼 현장 출동 중이고 다른 순찰차가 곧 도착하니 기다리라”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결국 2분 뒤 다른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씨 일행을 폭행한 남성들은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피해자들은 “경찰들에게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다른 범죄 현장에 가 봐야 한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이씨가 도움을 요청할 당시 외관상으로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천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감찰조사를 하고 있으며, 용의자 A(25)씨를 검거하고 폐쇄회로TV 화면을 바탕으로 달아난 용의자 1명을 쫓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뒤 길을 걷고 있는데 여자들과 시비가 붙어 서로 언성이 높아지던 싸움이 커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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