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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시가총액 100일 사이 2조원 증발

조인스랜드

입력

[권영은기자]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5·10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100일을 맞았지만 강남권 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5·10 대책 이후 100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2조4910억원 증발했다. 대책발표일인 5월 10일 59조653억원에서 21일 56조9743억원으로 3.5% 빠졌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구가 가장 많이 내려 1조2258억원이 사라졌다. 송파구와 서초구도 각각 8030억원, 4621억원씩 줄었다.

가구별로는 최고 1억원 넘게 하락했다. 5·10대책 직전 6억8000만~7억100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하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36㎡형은 현재 5억8000만~6억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주택형에 따라 최고 70000만원까지 하락했다. 5월 초 10억~10억500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107㎡형은 요즘 9억1000만~9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를 포함한 강남권의 아파트 거래량이 5월 570건에서 지난달 468건으로 18% 감소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4400여가구의 대단지의 거래량이 4월 18건이었는데 6월 이후론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가격을 낮춰도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100일이 지나도록 5·10대책 약발이 안 먹히는 것은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이 커서다. 개포동 동명공인 이형관 사장은 "시장의 분위기를 뒤집을 만한 대책이 아니라 긁어주는 정도의 찔끔찔끔 대책이 잇따르면서 대책에 대한 시장의 감각이 더 무뎌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갈수록 심해지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악화도 이유로 꼽힌다. 일반분양 미분양 증가 등으로 재건축 단지들의 비용부담이 느는 데다 서울시의 규제 강화로 사업 진척이 더디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 수주에 나서는 건설업체도 부쩍 줄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재건축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투자수요가 빠져나가고 신규 투자수요는 들어오지 않으면서 재건축 시세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나 몰라라'…시장 침체 계속될듯

5·10대책 후속조치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5·10대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후속조치들이 제때 시행돼야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10대책 약발이 듣지 않는 데다 정부의 추가 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달 초 세제개편방안 발표에서 다시 한번 더 밝힌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은 국회의 문턱을 넘기 전까진 정부의 방침에 불과하다.

지난 17일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재건축 수요가 늘어나긴 어렵다. 주된 혜택층인 20~30대는 자금이 부족해 재건축 단지를 구입하기 힘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실장은 "취득세 감면과 DTI 추가 완화 등 주택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나와 전체 주택시장이 되살아나기 전에는 재건축이 침체의 골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 서울 강남권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5·10부동산대책이 발표된지 100일을 맞았지만 이 지역 집값을 주도하는 재건축 아파트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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