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총성 멎나 … 내전 21년 만에 국회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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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소말리아에도 봄은 오는가. 20일(현지시간) 소말리아에서 1991년 내전이 벌어진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가 구성됐다. 지난 8년 동안의 과도정부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연방정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내전 이후 소말리아는 중앙정부를 구성하지 못했었다.

 출발이 순탄하진 않았다. 새 체제 출범 시한인 20일에 맞춰 국회는 겨우 구성됐지만 대통령 선출은 못했다. 게다가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취임선서를 한 국회의원은 모두 215명. 정원 275명을 아직 다 못 뽑았다. 국회의원 취임식도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샤바브의 테러 위험 때문에 수도 모가디슈의 국제공항에서 간이의자를 놓고 치렀다.

 국회의원 선출도 선거가 아니라 지명을 통해서 했다. 소말리아 남부는 알샤바브가 장악하고 있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유엔 등이 지역과 부족을 안배해 원로 그룹 135명을 선정했고, 이 원로 그룹이 국회의원을 선발했다. 조만간 의원 275명이 다 선발되면 국회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벌써 국회의원 선발부터 뇌물과 폭력으로 얼룩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패한 관료들이 새 국회와 내각에 기용돼 해외 원조금을 다 빼돌릴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보도했다. 하지만 새로운 체제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20여 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치러온 소말리아가 ‘총 대신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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