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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박찬구·선종구 내달부터 선고 … ‘양형기준대로 판결’ 기류에 바짝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에 일부 기업이 술렁이고 있다.

 최태원(52) 회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법원은 “최대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며 2주에 한 번꼴로 공판을 진행했다. 16일 오후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공판이 열렸다.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져서인지 법정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 회장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사모펀드 티스톤 원준희 대표에 대한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고개를 들지 않았다. 김 회장 선고 소식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다른 사람 재판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찬구(63)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에 의해 112억 6000만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기 때문이다. 선종구(65) 전 하이마트 회장 역시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각각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적용 혐의는 전형적인 기업 범죄인 횡령·배임 등이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들은 한화 김 회장과 비슷한 중형이 내려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이번 김승연 회장 판결에서 보듯 최근 법원은 기업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아직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기업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권창영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는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한 형벌을 요하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2009년 7월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판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재판이 이뤄진다면 양형기준에 따른 형량이 예상된다”며 “대법원에서 만들어진 양형기준을 재판부에서 무시하고 종전처럼 선고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횡령·배임 금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경우 4~7년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거나 지배권 강화 또는 기업 내 지위보전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형량을 가중해 5~8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수의 선고를 앞둔 기업들은 김승연 회장 재판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횡령이라고 해도 최 회장의 경우는 그 질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빼냈던 계열사 자금을 얼마 지나지 않아 9% 이자까지 붙여 복원시켜놨고, 회사나 주주 등 피해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경영권과 관련한 악의적인 제보에 의한 수사”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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