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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골 얼마나 깊기에”…지하철 개통도 시장 못뒤집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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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요즘 부동산 시장에는 우울한 뉴스 뿐입니다. 어디가 내렸고 어디는 개발 사업이 좌초됐고….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또 우울한 얘기네요.

지금까지 ‘길’은 부동산 투자에서 집값·땅값을 올리는 확실한 재료로 꼽혔습니다. 특히 지하철(전철·경전철 등)은 더욱 그랬습니다. 지하철은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료로 꼽혔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개통 효과가 전혀 없네요. 최근 개통했거나 개통 예정 지역 집값이 제자리 걸음이거나 오히려 내리고 있습니다. 지역별 특성이 있겠지만 그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의정부시입니다. 의정부시 발곡역에서 탑석역까지 15개 정거장을 갖춘 경전철이 지난달 초 개통했습니다. 보통 지하철은 개발 계획 때, 착공 때, 개통 때 주변 집값을 자극합니다.

의정부 경전철 개통 효과? 전무

그런데 의정부 경전철은 예외입니다. 개통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결과 의정부 아파트 값은 경전철 개통 직후 보합권에 머물다 한주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하락세를 보이던 아파트 값이 7월 첫째 주 보합세(0%)를 보였지만 둘째 주와 셋째 주 각각 0.06%, 0.09% 내렸습니다. 개통 효과가 일주일도 채 못 간 겁니다. 결국 7월 아파트 값은 0.21%나 내렸습니다.

8월 역시 0.26% 내리며 하락 폭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 동오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금오동 신도브래뉴1차 전용 85㎡형은 연초 2억6000만~3억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억3000만~2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옵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금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른 역 주변 아파트 값도 보합권 내지는 소폭 하락세”이라며 “개통 효과라고는 전세 수요가 다소 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범골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호원동 신원 아파트 전용 85㎡형은 최근 전셋값이 1000만원 정도 올라 1억6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연장선, 부분 개통선으로 약발 약해

6월 말 개통한 수인선 일부 구간(인천 송도~오이도) 주변 집값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구간 월곶역을 이용할 수 있는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아파트 값은 올 들어 보합권에 머물다 수인선 개통 직후인 8월 0.09% 내렸습니다.

월곶풍림아이언4차 전용 84㎡형은 5월 이후 1000만원 내려 2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옵니다. 이 지역은 수인선을 타고 인천 송도까지 갈 수 있고, 중간에 인천 지하철과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집값은 시큰둥합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 주변, 분당선 연장선 등 개통이 임박한 지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하철 약발이 다 떨어진 걸까요.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여파를 강조합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활성화 대책도 약발이 안 먹힐 정도로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다보니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발이 안 먹히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이나 수인선 모두 지역 교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겁니다. 실제로 수인선의 경우 하루 평균 2만여 명, 역별로 평균 2500여 명이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 역시 개통 이후 하루 평균 1만2000여명이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환승 할인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이는 당초 예상했던 이용객의 10%에 불과한 수치라고 합니다.

하반기 개통 예정인 노선 역시 구간을 일부 늘린 연장선이거나 일부 구간만 개통하는 부분 개통선입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노선 자체가 새로 들어서는 게 아니다 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주택 시장 침체 여파까지 겹쳤으니 집값을 끌어 올릴 만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연장선, 부분 개통선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네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이들 지역 아파트 값 먼저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당연히 주택 수요자들이 교통이 좋은 단지를 우선 찾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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