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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녀사냥으로 번진 일동후디스 세슘 논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나몰라라식 제보와 발표가 분유에 대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7월 24일 일동후디스가 유통하는 산양분유에서 세슘이 검출됐다는 검사성적서가 발단이 됐다. 온라인 카페 차일드 세이브(Child save) 운영자인 김씨가 검사를 의뢰했다. 조선대산학협력단 염정민 씨가 검사했다. 이 결과를 김씨에 넘겨받은 환경운동연합이 8월 2일 발표했다.

하지만 검사성적서의 직인은 가짜였고, 검사 방법도 정부가 승인하는 기준보다 8배나 깐깐하게 적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술한 검사성적서 한 장으로 분유에 대한 불안감이 시작됐다.

분유 세슘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은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의 세슘 검출 논란은 이 회사가 공인기관에 의뢰한 검사결과가 나와야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그런데 그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다. 이를 위해 검사 의뢰부터 발표까지 정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28일 분유 검사를 의뢰하며 사건의 첫 단추를 낀 김씨와 그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들은 “5개 분유의 방사능 농도 수치가 궁금해서 검사를 의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검사 결과 일동후디스 제품에서만 세슘이 검출됐다.

이번 검사를 의뢰받은 조선대산학협력단 염정민 검사원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검사를 해줬다"며 "(검사성적서로서의)형식만 갖추기 위해 다른 도장을 찍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염 검사원은 협력단 공식 직인이 아닌 다른 직인을 검사서에 찍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검사성적서를 받은 의뢰자 김씨는 개인이 기업을 상대하기 버거울 것이라 판단하고 환경운동연합의 힘을 빌렸다. 김씨는 “자료를 검토하고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환경운동연합 측에 자료를 넘겨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에게 검사성적서를 건네받은 환경운동연합은 이틀 후인 8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동후디스 제품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검사가 신뢰할 수 있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엉뚱한 직인이 찍혀있는 무효 검사성적서인지 모르고 발표했다는 점이 방증한다. 일동후디스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한 사전 문의도, 통보도 없었다.

무조건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위험한 발상이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일동후디스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3자는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검사 의뢰자 김씨와 카페 운영진은 근거가 부족한 '카더라'식 글 게재를 자제하고, 신속히 입장을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 검사원 염씨는 검사성적서에 가짜 도장을 찍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가짜 직인이 찍힌 허술한 문서를 섣불리 발표한 경위를 알려야 한다.

진위여부가 가려지기도 전, 일동후디스 산양분유는 '방사능 분유'라는 주홍글씨를 지울 수 없게 됐다. 의뢰인과 검사자는 자료에 근거해 대국민 발표를 할 수 있는 현 시민단체의 발언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일이다. 의뢰인 김씨는 방사능으로부터 무조건 안전하다고 하는 정부에 불신을 가졌다고 한다. 정부는 국민이 현재 방사능 공포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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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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