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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베이스] 영원한 맞수 한국-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에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옹의 국적이 새삼 논란이 됐다.

일본 다카하시의 여자마라톤 우승이 과연 일본 최초의 마라톤 우승이냐, 아니면 여자부 최초의 우승이냐를 따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옹의 국적이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결국 세계 언론은 '손기정은 한국인이지만 36년 올림픽엔 일본 국적으로 참가했다'는 설명을 덧붙여 한국과 일본의 눈치를 살폈다.

이 해프닝으로 손 옹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이나 손 옹이 따낸 금메달을 향한 일본의 사랑이 서로에겐 뒤질 수 없다는 자존심임을 재차 확인됐다.

두 나라 스포츠계는 50년대 이후 세계 프로무대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타를 배출해왔다.

53년 시라이 요시오가 복싱 플라이급에서 일본 최초의 세계챔피언이 되고 62년과 65년 파이팅 하라다가 플라이급과 밴텀급에서 동양인 최초의 두체급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에선 66년 김기수가 주니어 미들급 정상에 오르고 70년대 홍수환이 밴텀급과 주니어페더급, 두체급을 석권했다.

70년대 일본인 오쿠데라가 서독 분데스리가에 먼저 진출하자 곧 차범근이 프랑크프르트에 입단해 '차붐'을 일으켰다. LPGA도 비슷했다.

메이저리그에선 64년 무라카미 마사노리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후 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 입단해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온 노모 히데오와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메이저리그에선 '일본바람'이 유난히 거세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노모 히데오는 노히트노런으로 갈채를 받았다. 3일(한국시간)엔 서로가 적으로 만나 맞대결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그래도 시작은 항상 일본 선수가 먼저였지만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세계무대에서 그들이 이룬 업적을 뛰어넘어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마이너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인 유망주들이 하루 빨리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거센 '코리아붐'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 퍼스트 베이스 홈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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