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000마일(2001)

중앙일보

입력

성격파 배우 커트 러셀과 크리스찬 슬레이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90년대를 대표했던 과거의 할리우드 히어로 케빈 코스트너. 이 셋이 19일 개봉하는 '3000마일(원제: 3000 miles to graceland)'에 떼강도로 뭉쳤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전갈 두 마리의 결투. 번쩍거리는 갑옷과 강철 독침으로 무장한 채 벌이는 전갈들의 목숨을 건 싸움은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함께 턴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갱들의 비참한 최후를 말이다.

숨막히는 속도로 황량한 사막을 질주하는 붉은 색 캐딜락에는 감옥을 막 나온 마이클(커트 러셀)이 타고 있다. 하지만 감옥 속에서 정신 못 차리는 갱들이 흔히 그렇듯 곧바로 과거의 동료들과 ‘카지노 털이’에 나선다. 이들이 정한 목표는 ‘엘비스 축제’가 열리고 있는 라스베가스의 리베라 호텔.

망토 속과 기타케이스를 중무기로 가득 채운 이들은 거칠 것 없이 카지노의 금고에 진입하고, 다섯 중 하나가 죽긴 했지만 320만 달러의 돈가방을 들고 나오는 데 성공한다. 죽은 자의 몫을 놓고 다투던 중 리더 머피(캐빈 코스트너)는 극악무도한 본색을 드러내고,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핸슨(크리스찬 슬레이터)을 죽인 뒤, 남은 동료들에게까지 총구를 겨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은 마이클은 머피의 돈을 수중에 넣게 되고, 여기에 돈과 사랑 사이에서 도무지 갈피를 못 잡는 사막의 여인 시빌(커트니 콕스)과 그녀의 아들 제시(데이비드 카예) 까지 가세하며 물고 물리는 복잡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이후 영화는 참 많은 걸 보여준다. 두 악당의 숨 가쁜 심리전, 돈 때문에 아들을 버렸던 시빌의 느닷없는 모성애, 악당 마이클과 악당을 꿈꾸는 꼬마 제씨의 우정, 홍콩 액션물을 떠올리는 머피의 장렬한 최후와 황당한 해피엔딩까지… 할리우드식 종합선물세트의 진수가 펼쳐진다.

영화는 6천2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초반에 집중시킨 느낌이다. 처음에는 화려한 스타일과 빠르게 전개되는 메가톤급 액션이 관객을 압도하며 다가들지만 곧 이어 너무나 뻔한 이런저런 할리우드의 상투적 요소들로 점철돼 아쉬움을 준다.

그래도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데미안 리텐스타인이 연출한 엘비스 경연대회와 이어지는 총격신은 가히 압권이라 부를 만하다. 강렬한 하드코어와 테크노, 엘비스의 낭만적인 로큰롤이 교차하는 사운드 트랙도 인상적이다.

늘어진 후반부를 보상하듯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너스로 등장하는 커트 러셀의 엘비스 댄스는 객석에 불이 켜진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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