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마르티네스 형제의 엇갈린 명암

중앙일보

입력

미국프로야구에서 정상을 달려온 도미니카공화국출신의 마르티네스 형제가 같은 날 명암이 엇갈렸다.

현역 최고투수로 평가되는 동생 페드로 마르티네스(30 · 보스턴 레드삭스)는 3일(한국시간) 시애틀 메리너스를 상대로 시즌 3승째를 올린 반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 라몬 마르티네스(33 ·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3차례 사이영 상에 빛나는 페드로는 이날 아메리칸리그 선두를 질주중인 시애틀 메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8이닝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2-0 승리를 견인, 보스턴을 동부지구 1위로 끌어올렸다.

페드로는 이날 승리로 통산 시애틀전에서 8승 무패, 방어율 0.89의 초특급 피칭을 이어갔고 올시즌 시애틀에게 처음 2연패의 쓰라림도 안겼다.

반면 90년대 LA 다저스의 간판투수로 활약했던 라몬은 끝내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13년간 정들었던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88년 데뷔한 라몬은 90년 20승6패로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등 다저스의 간판투수로 활약했으나 98년 예기치 못한 어깨 부상을 당한 뒤 침체의 늪에 빠졌다.

99년에는 보스턴으로 팀을 옮긴 뒤 2000년 10승8패를 기록해 재기 가능성을 보였으나 다저스로 복귀한 올 스프링캠프에서 급격한 난조를 보여 마이너리그로 추락했다.

마이너리그행에 불만을 품고 트레이드를 요구한 라몬은 피츠버그로 팀을 옮겨 재기에 나섰지만 4경기에서 1승도 없이 2패, 방어율 8.62의 부진을 거듭하자 유니폼을 벗기로 마음먹었다.

마르티네스 형제는 92년과 93년은 다저스에서, 99년과 2000년은 보스턴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처지는 확연히 달랐었다.

다저스 시절 라몬이 에이스로 활약할때 동생 페드로는 성장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됐고 보스턴에서는 동생 페드로가 최고 투수로 자리잡은 반면 라몬은 재기 여부가 불투명해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카리브해의 소국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야구 공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했던 마르티네스 형제는 이제 다시는 그라운드에서 함께 뛸 수 없게 됐다.(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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