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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입고 털장갑 끼고 “호~호” … 추위 견딜 수 있으면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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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을 잡고 뒤뚱거리는 아이, 벽을 잡고 엉금엉금 걷는 아줌마, 왕년에 선수였다며 함께 온 아들에게 스케이트 타는 법을 전수하는 아저씨….

  7일 오후 1시 ‘아산 이순신 빙상장’에는 무더위를 피해 온 인파로 북적거렸다. 더위 때문에 왔지만 이곳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려면 외부보다 20도 이상 뚝 떨어진 기온을 견뎌내야 한다. 두꺼운 긴 바지에 외투를 껴입고 장갑까지 낀 이용객들의 모습은 마치 한겨울로 시간 이동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달 13일 개장한 아산 이순신 빙상장에는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이용객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조영회 기자]

  충남 유일의 빙상장인 이곳은 지난달 13일 첫 개장했다. 시 예산 305억원이 투입돼 496개 좌석과 61m×30m의 국제규격 링크를 갖췄다. 개관 기념으로 진행된 2주간의 무료개방 기간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2만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달 1일부터 유료로 전환했지만 18년 만의 폭염과 맞물려 이용객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 평일에는 평균 1000여 명, 주말에는 2000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고 있다.

 “동네에 빙상장이 없어 늘 안타까웠어요. 스케이트가 너무 타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대구까지 간 적도 많았죠.”

  13살 최문성 군의 꿈은 피겨 스케이트 선수다. 2010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반해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스케이트장에 가려면 부모님을 설득해 서울이나 대구까지 가는 수고를 해야 했다. 문성 군의 어머니 박은희(41)씨는 “매일 오자고 할까봐 겁이 난다”며 “그래도 예전에는 두 시간 넘게 가야 했는데 이젠 그런 부담이 없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온 9살 김민서 군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는 이곳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듣는다. 김군은 “다른 친구들이 배우지 않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빙상장에서는 성인·청소년·유아반으로 나눠 총 16회 과정으로 쇼트트랙과 피겨 강습을 한다<표 참조>. 일부는 이미 마감됐지만 하루 20통 이상의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쇼트트랙 주니어 국가대표 경력을 갖고 있는 홍형기(32) 강사는 “충남 유일의 빙상장이 국제규격을 갖춘 최신시설로 완공돼 기쁘다”며 “천안·아산 시민들이 많이 접해보지 않은 운동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코치진의 말만 잘 따른다면 안전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순 이순신 빙상장 운영담당자는 “요즘 이용객들이 많아 직원들이 휴일까지 반납하고 일한다”며 “충남 유일의 빙상장인 만큼 앞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늘 실내온도가 영상 14도 이하로 유지되기 때문에 긴 팔 옷과 바지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의 041-537-3771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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