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라이언 영입 10일간 007작전 … 부통령 후보 지명 극대화 깜짝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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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부통령 후보 지명 깜짝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뤄졌던 롬니 캠프의 비밀작전이 공개됐다. AP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폴 라이언 지명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롬니가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라이언을 선택한 것은 약 열흘 전. 대부분의 참모가 무명이라 부담스럽다고 말렸지만 롬니는 라이언을 선택했다. 롬니는 1일 오후 라이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캐주얼한 복장을 요구받은 그는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채 공항에 갔고, 아무도 라이언을 알아보지 못했다. 뉴잉글랜드 하트퍼드 공항에 도착하자 롬니의 참모 베스 마이어스의 열아홉 살짜리 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빌린 자동차로 매사추세츠에 있는 마이어스 가문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롬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롬니와 한 시간여 동안 독대한 라이언은 러닝메이트 지명을 수락했다.

 당초 롬니 캠프는 10일 뉴햄프셔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 세리머니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위스콘신주 시크교 사원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관계로 일정을 조정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다시 비밀 수송작전이 시작됐다. 라이언의 부인 재나와 세 아이는 공항으로 갔고 라이언은 혼자 귀가했다. 혹시나 낌새를 챈 취재진이 따라붙을까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었다. 집 주변에도 취재진이 잠복해 있을지 몰랐다. 앞문으로 들어갔다 뒷문으로 빠져나온 라이언은 집 뒤에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헤치고 옆 도로로 나왔다. 그곳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던 수석보좌관이 그를 공항으로 데려갔고, 노스캐롤라이나 엘리자베스 시티에서 합류한 라이언 가족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허름한 호텔에 묵었다. 이후 라이언은 마이어스의 도움을 받아 후보 수락 연설을 준비했다. 준비가 끝나자 마이어스는 언론에 “내일 우리의 부통령 후보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전화기를 꺼버렸다. 덕분에 라이언은 숙면을 취한 뒤 데뷔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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