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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냉각 … “양국 새 정부 들어서야 풀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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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도 앞 독도함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10 일 독도함이 동도 앞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동도에 설치된 망양대. 태극기와 경상북도기, 울릉군기가 펄럭이고 있다. [최승식 기자]
독도경비대 순직비 묵념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경비대 순직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장수 독도경비대장, 박인주 사회통합수석, 하금열 대통령실장(얼굴 가림), 이 대통령, 유영숙 환경부 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 소설가 이문열씨. 이 대통령 오른쪽 뒤는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 [최승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떠난 직후인 10일 오후 5시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상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늘 하던 “독도는 일본 땅”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이날 본국으로 소환하겠다고도 전했다. 겐바 외상은 이날 아침엔 독도 방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었다.

김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일본 측도 알고 있듯 독도가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우리의 영토이고 영유권 분쟁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본 방침엔 변화가 없다. 일본 정부도 양국 관계발전에 도움이 되는 노력을 경주해달라.”

 10분간의 통화는 냉랭하게 끝났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에 독도는 타협이나 절충이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이재영 경남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의 행동은 (독도를) 우리가 지배하고 있고 우리의 영토라고 사실 확인한 것이고 타협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한·일관계는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선거를 앞둔 일본의 반발 기류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엔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서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합동훈련이 실시된다. 매년 두 차례 하는 정례 훈련이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맞물려 일본이 더욱 자극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양국은 올 들어 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 외에도 집단 자위권 추진, 동중국해 대륙붕 연장, 동해 표기 문제 등으로 충돌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양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망한다. 과거 정부처럼 출범 초기엔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하다 임기 말에 이르러 경색되던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하지만 꽉 막혀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은 양국이 경제·안보 면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재개 직전이고, 북한의 변화기에 양국 간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외교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독도행으로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 분야별로 완급을 조절하는 ‘멀티 트랙’ 외교에 암묵적 합의가 조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영 교수는 “일본의 대외 정책은 항상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가 별도로 가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일본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이번 일로 한·일관계 전반이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도 “FTA와 정보보호협정 등에서 여전히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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