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배드민턴과 웬로크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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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밤9시(런던시각)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 지구촌을 감동과 환희로 뜨겁게 달군 제30회 런던 올림픽이 8월13일이면 폐막된다. 이번 올림픽은 오심 판정등 얼룩진 경기가 많았지만 배드민턴 여자복식조에 출전한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의 톱 랭킹 선수들이 ‘져주기 경기’로 퇴출되는 불상사가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중국의 올림픽 대표단은 자국 선수들의 행위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었음을 시인하고 깊은 반성과 함께 공개 사과를 하였다. 퇴출 된 위양(于洋)선수는 이를 계기로 은퇴를 표명하였다.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웬로크(Wenlock)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은 근대 올림픽의 모델이 된 “웬로크 올림픽”이 개최된 곳이다. 교육자이며 의사인 브룩스(1809-1895)박사는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을 동경하여 1850년 10월에 페어 플레이를 통한 올림픽 정신의 함양을 위해 웬로크 지방을 중심으로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탕(1863-1937)남작은 웬로크를 직접 방문 브룩스박사를 만나 근대 올림픽 개최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후에 제1회 아테네 올림픽(1896)은 웬로크 게임을 국제화한 것이라고 하면서 브룩스박사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런던 올림픽 마스코트로 “웬로크”가 선정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배드민턴(羽毛球)은 18세기 중엽 인도 근무 영국 군인들이 삼페인의 콜크마개에 새의 깃털을 꽂아 빨래주걱으로 받아치면서 즐긴 게임에서 유래한다. 인도에서 귀국한 군인들은 네트를 설치하고 주걱 대신 라켓으로 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영국 중서부의 배드민턴 장원(Badminton House)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보급되고 “배드민턴”이라는 이름이 그 때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올림픽종목은 조금 늦게 1992년 바로셀로나 대회부터였다.

배드민턴의 종주국이며 웬로크 정신이 깔려 있는 영국에서 자국 선수가 메달 하나라도 더 따게 하기 위해 시작된 불상사는 "올림픽은 선수 개인 혹은 팀 사이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라는 IOC 헌장을 상기시켜 준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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