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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분석·해설 돋보인 스포츠 지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 주는 월요일에 박세리가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롱스 드럭스 챌린지에서 우승해 상쾌한 출발을 하더니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도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한 즐거운 한 주였다.

그러나 박세리의 우승 소식도, 한국 축구의 우승 소식도 공교롭게 새벽 시간에 전해지다 보니 신문은 하루씩 늦게 보도하게 됐다.

역시 속보경쟁의 측면에서 신문은 방송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매체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그러나 두 우승 소식을 전하는 중앙일보의 스포츠 기사는 비록 신속성에서는 뒤처졌지만 방송과 달리 신문이 어떤 식으로 보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박세리가 우승한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이 알았을 23일 월요일 아침 스포츠면 머리기사는 박선수의 아이언샷 모습을 시원하게 뽑은 사진과 함께 '박세리 단독선두 질주' 라는 제목으로 2라운드의 경기 결과를 보도했다.

시의성 면에서는 이미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기사였으나, 방송뉴스에서 전달하지 못했거나 이미 텔레비전을 통해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그들이 눈으로 본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골프장 상황이나 다른 선수의 플레이가 구체적으로 승패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을 경기의 주요 고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분석적으로 제시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1라운드에서 6언더를 몰아치며 승승장구했던 박세리였지만 2라운드에서는 1타만을 줄이는데 그쳤기에 비록 선두였지만 국민은 왠지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퍼팅 불운과 함께 같은 조 두 미국 선수의 초반 늑장 플레이와 경기 진행요원의 시간 재촉에도 기인했음을 밝히고, 향후 전망에서도 그 동안의 경력에 비추어 다른 경쟁선수들의 후반 뚝심 부족과 경기 일정 조정 등에 따른 박선수의 우승 가능성을 설득력있게 서술했다.

신문이 가지는 기록성과 분석력의 강점을 충분히 살린 기사였던 것이다. 이런 강점은 다음 날 우승기사에서도 박선수와의 인터뷰, 그리고 10승 우승의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의 분석 및 해설기사를 구성력있게 보도한 데서 나타났다.

26일과 28일의 축구 기사도 이런 맥락의 분석과 해설이 돋보였다. 전문가의 해설을 게재해 새로운 포메이션 전략의 의미를 설명하고, 새로 투입된 대표선수들의 활약과 가능성을 평가함으로써 히딩크 감독이 추구하는 속도축구의 방향은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떨지를 독자에게 상세히 알려주었다.

모름지기 신문 기사는 심층적 분석과 해설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사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두 스포츠 기사는 그 기능을 충실히 해낸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사에서는 오히려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있어 아쉬웠다. 예컨대 '문일섭 전 국방차관 현금도난 꼬리문 의문' (23일 4면)의 기사는 다 읽고나서도 도난 당한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가 아리송했다.

'여장 잠행?' (26일 26면)의 기사도 박노항 원사의 도피 중 여장 여부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결국 이 의문은 혼자 있다는 것을 위장하기 위해 여성물품을 갖다 놓았을 뿐이라고 다음 날 본인이 밝힘으로써 허구임이 드러났다.

관계자의 인터뷰 나열이나 사건의 정황만으로 성급하게 기사를 쓰기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진실보도를 향한 기자의 분석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朴 天 一 <숙명여대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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