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분유에 세슘 검출됐다던 증명서에 가짜 직인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일동후디스가 사면초가에 휩싸였다. 국내 산양분유 시장 80%를 점유한 일동후디스는 자사 제품에 방사능 세슘이 검출됐다는 환경운동연합 측의 보도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반품 문의는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신을 키워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진위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상황. 마치 혐의가 확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수배를 내린 꼴이 됐다. 8월 2일부터 5일간 숨막히게 진행된 세슘 파동을 취재하며 풀리지 않는 의혹 10가지를 짚어본다.

▶검사성적서에 엉뚱한 직인 찍은 이유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시 된 검사성적서는 바로 ‘8만 초’짜리 방사능 검사 결과다. 검사성적서 발급기관은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이다. 그런데 직인 자리에는 난데없이 ‘생활환경방사능분석센터장인’이라는 도장이 희미하게 찍혀있다.

반면 계측시간 ‘1만 초’짜리 검사성적서에는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장인’이라는 직인이 찍혀있다. 제대로 찍혀있는 것이다.

1만 초짜리와 8만 초짜리 검사는 조선대 산학협력단의 염정민 검사자가 진행했다. 검사의 총 책임을 맡은 김승평 책임자는 1만 초짜리 검사기록을 검토해 검사성적서 발급을 최종 승인했다. 8만 초짜리 검사는 염정민 검사자가 김승평 책임자에 보고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몰래 진행했다. 검사 수수료도 1만 초짜리는 의뢰인으로부터 받았지만 8만 초짜리에서는 받지 않았다.

김승평 책임자는 “첫 실험한 1만 초짜리 검사와 달리 나도 모르게 진행된 8만 초짜리 검사성적서는 조선대 산학협력단의 직인이 아닌 엉뚱한 도장이 찍힌 가짜”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검사성적서는 조선대 산학협력단과는 전혀 관계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것.

▲ '조선대학교산학협력단장인'이라고 찍인 1차 검사성적서의 직인 ▲ '생활환경방사능분석센터장인'이라고 찍힌 2차 검사성적서의 직인 게다가 이 도장은 4~5개월 전 폐기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씨는 “폐기된 직인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 도장을 찍어 (검사성적서를) 내보냈는지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당사자인 염정민 검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는 염씨의 전화번호를 공개하면서까지 기자에게 억울함과 염씨에 대한 격한 감정을 동시에 표출했다.

이에 염정민 검사자와의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염씨는 이 도장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의뢰인 김모씨가 검사성적서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해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할 것을 약속하며 형식만 빌려 검사성적서에 실험결과를 적고 도장을 찍어 발급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인 자료로 쓰일지는 전혀 몰랐다”며 “따라서 엉뚱한 직인을 찍은 것, 그리고 이번 검사결과가 이렇게까지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생면부지 일반인의 검사요청을 받아준 점, 상사 몰래 2차 검사를 진행한 점, 그 결과를 상사 허락 없이 엉뚱한 직인까지 찍어주면서까지 발급해준 점 등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승평 책임자는 이 직인이 학교(조선대 산학협력단)측 소유물이 아닌 개인용에 불과하다고만 밝혔다. 이 도장으로 직인을 찍은 염정민 검사자조차 3~4개월 전 폐기했다던 이 직인을 어디서 찾아내 찍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까지 기자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느냐"며 대답을 회피했다.

▶직인 속 '생활환경방사능센터' 그 정체는?

그렇다면 ‘생활환경방사능센터’는 과연 어디일까?

이번 검사성적서를 발표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 ‘생활방사능오염신고센터’를 개설했다. 센터명이 가짜 직인 속 센터명과 매우 유사하다.

환경운동연합은 당시 '생활방사능오염신고센터'를 오픈하면서 “방사능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를 이제 두고만 보지 않겠습니다”라며 “우선 ‘차일드세이브’와 함께 방사능 벽지에 대한 오염피해실태 및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제보센터를 설치합니다.”라고 밝혔다. ‘차일드세이브’는 바로 이번 검사를 의뢰한 여성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다.

▲ 올해 1월 3일자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된 생활방사능오염신고센터 개설 안내문. 내용 중 차일드세이브와 함께 한다는 글귀가 적혀있다. 이 센터는 생활 속 방사능에 대한 피해 및 의심이 가는 사안을 제보 받고 접수해 조사를 진행하며, 행정적 및 법적 대책까지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간이 방사능 계측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 제보센터 설립과 동시에 더 자세한 식품 방사능 측정을 위해 ‘방사능 핵종분석기’ 구입에 필요한 자금 모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의 '생활방사능오염센터'가 직인 속 '생활환경방사능센터'과 이름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므로 같은 단체라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승평 책임자는 "직인 속 생활환경방사능센터는 조선대 산학협력단과는 전혀 관련 없는 단체이며 개인적 용도의 직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능 검사 어떻게 쉽게 이뤄졌나?

일반인이라고 밝힌 의뢰인의 검사 요청이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진 것부터 의문투성이다. 이에 염정민 검사자는 “유선번호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고 그 전화를 통해 외부에서 방사능 농도 검사를 해달라는 의뢰가 종종 들어온다”고 해명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젊은 여성으로부터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 엄마라는 이 여성은 분유 속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1만 초를 계측한 검사결과가 모두 ‘불검출’로 나왔고 이후 이 여성은 8만 초로 다시 측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치 1만 초 검사 결과 모든 제품에서 ‘불검출’로 나온 데 대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염씨는 “나도 아기를 가진 아빠인데, 아이 엄마로서 분유 안전성을 검증하고 싶어 하는 의뢰인에게 인지상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순히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을 해소해주기 위해, 그리고 8만 초로 검사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자신도 궁금했고 확인해보기 위해 1차와 달리 검사 수수료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염씨는 “개인적인 용도로만 하겠다”는 의뢰인의 말만 믿고, 상사인 김승평 책임자에게도 보고하지 않은 채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검사성적서 형태로 보내달라는 의뢰인에게 “식품에 대해서는 8만 초짜리 검사를 하지 않는다. 만약 수치가 나온다 해도 믿을 만한 자료가 아니다. 공식적인 검사결과가 아니므로 절대로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고 재차 주의시킨 후 발급했다는 것.

일동후디스 측은 "일반인에 대한 정확한 신원 파악도 없이 검사를 해준 것도 모자라 검사성적서까지 발급해준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객관적인 검사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검사 결과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진위 여부를 떠나 일단 업체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양상"이라고 토로했다.

▶‘불검출’의 애매한 의미, 일동후디스만 노린 것?

이 사건에서 가장 공방이 오가는 부분은 ‘불검출’을 둘러싼 해석이다.

남양유업 측은 “불검출은 말 그대로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1만 초와 8만 초 검사에서 모두 불검출로 나온 남양제품에는 세슘 함량이 ‘0’”이라고 못박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일동후디스 제품에서 세슘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것으로 나온 건 사실이므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자사의 제품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무책임한 자세를 보여 대처력이 초등학생 수준인 점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일동후디스는 홍보팀의 유일한 직원(신윤정 대리) 한 명에게 대외홍보를 전임시켰다. 홍보실장은 약 한 달 전 퇴사해 공석이다. 그나마 이번 1차 검사 책임자인 김승평 교수(조선대 원자력공학과)가 자진해 자신의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며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해주며 흑기사로 나선 상황이다.

7일 수차례 전화 시도 끝에 연결된 신 대리는 "엉터리 연구결과를 배포한 환경운동연합 측에 대해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며 공신력 있는 기관에 방사능 농도 측정 검사를 의뢰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므로 환경운동연합 측의 발표만 보고 편협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이후 8일 현재까지 신 대리와의 전화 연결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쟁업체의 해코지? 남양유업 “산양분유 진출설은 사실무근”

특정업체의 몰락 뒤에는 최대 경쟁업체에게 눈이 쏠리기 마련이다. 국내 분유시장은 남양유업이 45%가량을 점령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산양분유 시장만큼은 일동후디스가 80%로 꽉 잡고 있다.

때마침 이번 사건을 즈음해 분유업계 1위 남양유업이 산양분유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실제로 몇몇 언론보도에서는 남양유업이 빠르면 이달 말 산양분유 제품을 출시하며 일동후디스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시기적으로만 보면 마치 산양분유 1위 일동후디스를 무너뜨리고 안전한 산양분유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남양유업의 의도적 해코지가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도 불거지고 있다. 반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남양유업 측은 “산양분유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일부 매체들의 보도내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남양유업 고위 관계자는 “산양분유 신제품을 출시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출을 포기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출시한다고 해도 빠르면 제품 검토가 끝난 연말께나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에서는 산양 분유가 프리미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마케팅의 결과일 뿐”이라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산양 분유 제품이 일반 젖소 분유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호주, 뉴질랜드 등 현지에서는 오히려 산양 제품이 더 싼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의뢰인의 정체는?

취재 결과 검사를 의뢰한 김모 씨는 N모 포털사이트에서 방사능 피해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자는 취지의 카페를 운영하는 매니저(운영진)이다. 동시에 환경운동연합의 주부 회원이다.

이번 사태 직후 의뢰인 김모 씨(닉네임: 킴디자○)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카페 글에 따르면 김모 씨는 이번 사건으로 지병이 악화돼 카페 운영권을 현재의 부매니저(닉네임: 세딸○)에게 위임할 예정이다. 이 카페는 9908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견 규모의 카페다.

염정민 검사자는 “분명히 개인적인 용도로만 써줄 것을 약속받고 검사 결과를 제공했는데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공개해 억울하고 당혹스럽다”며 “사건이 터진 이후 의뢰인 김모 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모 씨의 연락처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염씨는 “공개할 의무가 없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검사비용 어떻게 조달했나?

분유에 대한 방사능 검사비용은 카페 회원들로부터 조달한 것으로 포착됐다. 카페 새 운영권자는 공지란에 "여러분이 마음으로 모아주신 식품검사비는 지출내역과 더불어 한 점 의혹도 없이 깨끗하게 처리될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환경운동연합, 검사자만 이름 지운 까닭은?

환경운동연합은 2일 일동후디스 제품에서 방사성 세슘137이 검출됐다는 첫 보도자료를 내면서 8만 초짜리 검사성적서를 공개했다. 1만 초짜리 검사성적서는 없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식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을 검사하는 공식적인 시간은 1만 초이다. 이에 조선대 산학협력단 김숭평 책임자는 1만 초 검사건에 대해서만 관여했고 최종 승인했다. 즉, 이어진 8만 초짜리 검사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검사가 이뤄졌다는 사실 조차도 몰랐다.

▲ 검사자의 실명은 지우고 책임자의 실명을 남겨둔 환경운동연합 측이 공개한 검사성적서. ▲ 일동후디스가 보내온 1차 검사성적서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측은 8만 초짜리 검사성적서만 공개했다. 문제는 검사성적서에 의뢰인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검사를 실제로 진행한 검사자의 이름까지도 지웠지만 정작 지웠어야 할 김숭평 책임자의 이름은 그대로 남겨뒀다. 거꾸로 보면 검사자의 이름을 지웠어야 할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는 대목이다.

▶환경운동연합 주장 힘 실은 김익중 교수, 그의 정체는?

환경운동연합은 일동후디스 측의 반박자료에 맞서 지난 5일 '세슘 검출 측정한도에 관한 김익중 교수 의견'이라는 반박자료를 냈다.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이 글에서 '김숭평 교수님의 발언 중 "1만 초는 믿을 수 있지만 8만 초는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1만 초보다 8만 초 측정할 경우가 더 정밀하고 측정한도도 낮습니다.'라고 직시했다.

김익중 교수는 이번 검사 의뢰인과 밀접한 관계의 인물이다. 의뢰인 카페에는 '김교수님 음식물 측정'이라는 수치 분석 코너가 별도 개설돼 있을 정도다. 심지어 카페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강의를 들을 만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반인' 신분이라 할지라도 일동후디스 측의 반박에 대응해줄 만한 백그라운드를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셈이다.

▶포털사이트 게시글 삭제는 누가?

한편 이 카페에 올라오는 일동후디스를 공격한 글들은 삭제되고 있다. 카페에는 "○이버 카페 찾아다니며 게시글 중단시키지 말았음 합니다. 원자력공학교수 말을 믿으라고 언론 플레이 하시나요? 이 사람은 의학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하는 교수가 아니다."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카페 공지에는 현재 글이 삭제되면 화면을 캡쳐해서 보내라는 공지문도 띄운 상태다. 카페 회원들은 일동후디스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있다.

[인기기사]

·의사 오진에 사망한 암 환자는 몇 명? [2012/08/08] 
·[단독]분유에 세슘 검출됐다던 증명서에 가짜 직인이? [2012/08/09] 
·병원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보험ㆍ원무 정보 알려면? [2012/08/08] 
·화장품 포장에 동물 실험 여부 표시될까 [2012/08/08] 
·자외선차단제 '이렇게' 써야 안전하다 [2012/08/08]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