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기반시설 공유” 거절당한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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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시기반 시설이 풍부한 대전과 바로 맞닿아 있고 인구 10만여 명에 불과한 세종시에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각종 도시기반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예산 낭비다.”(대전시)

 “세종시가 미국 수도 워싱턴 DC와 같은 교육·행정복합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도시기반시설 마련이 절실하다. 대전시의 제안은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을 막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궁여지책이다.”(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대전시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와의 도시기반시설 공동활용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8일 대전시와 세종시에 따르면 컨벤션센터, 체육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세종시와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세종시 건설을 맡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대전시와 행복도시 건설청이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했다.

대전시는 당초 세종시와의 공동 활용을 전제로 올해 말 홍성·예산으로 이전하는 충남도청부지 4만920㎡를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아울러 월드컵경기장·한밭종합운동장·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계획 중) 등 체육시설의 공동 활용을 준비해 왔다. 대전시 강철식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승용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대전시와 세종시가 체육관 등 각종 도시기반 시설을 특성화해 공동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시 건설청과 세종시의 입장은 다르다. 행복도시 건설청은 최근 세종시와 대전은 엄연히 다른 도시고, 주로 대전에 위치한 기반시설을 공동 이용할 경우 세종시의 독자적인 발전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가령 지역 싱크탱크인 대전발전연구원을 공동으로 활용할 경우 대전의 이익만을 대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5000억원 이상이 들어 가는 하수종말 처리장과 폐기물처리시설은 이미 세종시 도시계획에 반영돼 있어 굳이 설계변경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대전시의 시설을 공동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시가 명칭 변경까지 고려하며 추진했던 대전컨벤션센터 공동활용 계획에 대해서도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별도의 컨벤션센터 신축을 추진 중이다.

 행복도시 건설청 도시기획과의 한 직원은 “최근 대전시 인구 2만여 명이 세종시로 유입됐고 세종시에 최첨단의 도시기반 시설이 들어서면 대전의 기반시설 사용자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인구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대전시가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세종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도시기반 시설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에 새로운 대규모 도시기반 시설을 신축할 경우 1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낭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세종시에 도시기반 시설을 신축하는 대신 같은 생활권인 대전시 기반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절약된 예산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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