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선'을 서양에 알린 선문답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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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公案)이란 좌선을 통해 불도를 얻으려는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禪宗)에서 도를 깨치게 하기 위하여 내는 과제를 이르는 말로 화두(話頭)와 같은 말이다.

외국인으로서 최근 경북 영주의 한 사찰 주지에 취임한 현각(玄覺) 스님의 스승숭산(崇山) 스님의 공안을 묶은 「온 세상은 한 송이 꽃」이 현암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원래〈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라는 제목의 영문판으로먼저 출간돼 서양인들에게 선(禪)을 알리는 한편 서양인 승려들을 배출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원래 한문으로 된 공안을 숭산 스님이 외국인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번역한 영어 문장을 기본으로 우리말로 풀어낸 것이다.

책에는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선가의 말씀인 무문관, 벽암록뿐만 아니라〈도덕경〉에 나오는 도교사상과 성경의 기독교 사상을 넘나드는 선문답이 실려 있다.

선문답은 정신세계를 파악하는 일종의 심리 테스트로서 책에는 하루 한 편씩 1년 동안 따라할 수 있도록 365개의 공안이 정리돼 있다.

엮은이는 최근 역시 숭산 스님의 말씀을 적은〈선의 나침반〉(열림원)을 펴낸현각 스님과 마찬가지로 미국 출신인 무심(無心.43) 스님으로 현재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 원장으로 있다.

현암사는 이 책과 함께 지난 1965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한국에서는 76년과 91년에 각각 번역.출간됐던 불교 교양서 6권을 일본 지꾸마 출판사와 정식계약을 통해'알기 쉬운 불교 시리즈'로 새로 단장해 출간했다.

동양 불교를 세계에 알린 대표적인 서적들로 인정받고 있는 이 책들은〈불교개론〉〈반야.유마경--실천의 길〉〈화엄경--영원의 세계관〉〈아함경--지혜와 사랑의이야기〉〈미란타왕문경--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지혜〉〈열반경--인간성의 발견〉이다.

국내 불교인들이 이런 저서들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출판사 관계자는 "이들 일본 책이 워낙 불교 교리를 잘 설명해 주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한국불교의 강한 불립문자(不立文字) 전통으로 인해 출판할 원고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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