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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런던] 류샹, 이번엔 하나도 못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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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황색탄환’ 류샹이 8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허들 110m 예선에서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진 뒤 트랙에 주저앉아 아쉬워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번번이 불운에 울었던 ‘황색 탄환’ 류샹(29·중국)이 허들에 걸려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류샹은 7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에 출전했지만 첫 번째 허들에 걸려 넘어졌다. 생각지도 않은 복병에 의한 예선탈락. 류샹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의료진과 함께 경기장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류샹은 8년 전 아테네에서 21살의 나이로 남자 110m 허들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육상 트랙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06년에는 12초88의 세계신기록까지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영광은 끝났다.

 류샹의 ‘큰 대회 잔혹사’는 조국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시작됐다. 당시 중국 국민은 ‘육상 영웅’ 류샹의 올림픽 2연패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상의 악령이 잘나가던 류샹의 발목을 잡았다. 류샹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출발선까지 나왔다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경기보다는 부상 재활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라이벌’ 다이론 로블레스(26·쿠바)가 재기를 노리던 류샹을 막았다. 결승에 나선 류샹은 옆 레인에 있던 로블레스가 경기 도중 팔을 치며 페이스가 흐트러졌다. 결국 선두로 달리던 류샹은 막판 스퍼트에 실패하며 3위에 그쳤다. 경기 후 1위로 들어온 로블레스가 ‘진로 방해’ 반칙으로 실격당하긴 했지만 류샹의 순위는 2위로 한 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선 부상이 재발했다는 우려를 샀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지난 4일 류샹을 지도하는 코치의 말을 인용해 “류샹의 발 부상이 재발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정작 런던 무대에 나선 류샹은 부상이 아니라 허들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뛰어 보기도 전에 조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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