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희 처음부터 공천 자신해 의아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현영희 의원이 6일 부산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현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부산=연합뉴스]

‘박근혜가 선택한 여자’. 올해 초 새누리당 공천 시즌 때 현영희 의원은 이런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부산역 앞에 내걸었다고 한다.

당시 이 현수막은 현지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현수막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현 의원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사진이 들어갔는데, 서로 쳐다보는 시선이 엇갈린 듯 보여 다른 예비후보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 조사를 한 결과 “포토샵을 사용한 것은 맞으나, 사진 조작으로 볼 정도는 아니다”고 결론을 내려 그냥 넘어갔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6일 “현 의원은 원래 동래구의 시의원이었는데 갑자기 지역을 바꿔 중-동구에 출마한다고 해서 여러 사람이 놀랐다”며 “처음부터 ‘자기는 꼭 공천될 것’이라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드러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하려면 전국적인 커리어가 있어야 하는데 유치원 원장에 시의원 경력의 지역 정치인이 비례대표로 입성한 것을 두고 부산에선 이미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다”고도 했다.

 현 의원이 지역구 신청을 한 것 자체가 비례대표를 받기 위한 명분쌓기용이었다는 관측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 의원 측은 “중-동구의 현역인 정의화 의원이 공천심사 때 약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에서 중-동구에 공천신청을 한 것일 뿐 비례대표를 노리고 지역구 공천을 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후보와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도 현 의원 측은 “부산에서 박 후보 지지모임(포럼부산비전)의 공동대표를 맡다 보니 가끔씩 행사장에서 박 후보와 만난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 현지에선 공천 당시에도 현 의원의 재력에 관한 루머가 많았다고 한다. 한 부산시당의 인사는 “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업을 하고 있는 현 의원 남편의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는 투서가 중앙당 공천위에 여러 건 전달됐다”며 “공천위는 투서에 신빙성이 없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위원들은 대부분 “현 의원이 20번대 이후라 잘 기억이 안 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지휘한 사람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고 (그의 측근인) 현기환 전 의원이 공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황우여 대표가 책임을 진다니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며 “정치를 오래한 나로서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부산 민심=‘돈 공천’ 의혹에 따라 부산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자 조모(36)씨는 “새누리당이 쇄신한다고 해서 이번 총선 공천만큼은 좀 달랐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런 악재가 터졌다”며 “전형적인 기성 정치권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석(30)씨는 “이런 구태가 보기 싫어 안철수 같은 사람이 인기를 끄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택시기사 정모(53)씨는 “박 후보는 잡음이 없는데 주변에서 추문이 터져나오니 답답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주변 인물을 잘 관리하는 것도 지도자의 덕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 지지 모임인 포럼부산비전 관계자 박모(43)씨는 “박 후보는 공천 당시 비리가 있으면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며 “만약 돈을 받은 게 맞다면 현기환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