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난감으로 미 ·일시장 뚫는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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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난감이 봉제완구 대체

전통적으로 완구는 봉제인형, 프라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최첨단 로봇기술이 완구나 장난감에 적용되면서 기존 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그 시초는 미국의 타이거 일렉트로닉스에서 내놓은 퍼비다. 퍼비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5천만 대 이상이 팔려 단일 완구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 뒤로 일본의 세가도 강아지 모양인 전자완구 장난감인 푸치를 선보여 2천만 대 이상을 팔고 있다. 이 같은 판매량은 전통적인 완구시장에서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기존의 완구나 장난감에 비해 고가임에도 디지털 로봇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 로봇 장난감이 인공지능, 상호반응 등 기존의 장난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열린 뉴욕 토이쇼와 3월에 열린 동경 토이쇼는 디지털 로봇의 각축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세계 메이저 완구 회사들이 수많은 최첨단 디지털 로봇을 선보였다. 미국 타이거사의 아이 사이비, 일본 세가사의 C-bot 시리즈, 반다이의 원더보그 등 수많은 로봇 장난감들이 언론매체 및 바이어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근 토이쇼들을 통해 등장한 디지털 로봇의 특징과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인공지능(AI)을 장착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도 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반응을 보이며 때로는 로봇 스스로 의사표현(좋음·싫음·즐거움·노여움 등)도 한다. 이같이 인공지능은 사용자와 로봇간에 인터랙티브(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이 같은 인공지능은 장난감 로봇에 있어 보편적인 기능이 되어가는 추세다.

둘째, 음성인식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의 박수 소리, 두드리거나 매만져주는 것들에 반응했으나 최근에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반응하고 행동하는 등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성장형 알고리즘 기능이다. 기존의 완구는 초기에 구입한 상태에서 기능이나 속도 등에 전혀 변화가 없었는데 성장형 알고리즘의 적용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 성장하고, 성장에 따라 보다 다양한 기능과 속도 증가 같은 현상을 보인다.

넷째, PC·인터넷 및 모바일 같은 매체와 연계가 가능하다. 이로써 로봇에 정보나 기능을 추가할 수 있으며 사용자들이 로봇에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기존 산업용 로봇의 상업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본래 로봇 기술은 전통적인 생산제조 라인에서 자동조립이나 최첨단 산업분야의 실험실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용 로봇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가정용 청소용 로봇이나 유아를 돌보는 로봇, 방범용 로봇 등이 그 예다.

세계 완구시장은 위의 특성들 기반 위에 가파른 성장을 거급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완구산업은 70∼80년대 싼 임금과 질 좋은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한국수출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값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완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대부분의 완구 회사들은 수출업체에서 수입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완구산업은 원가 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전략만이 살 길이다. 인츠닷컴 디디와 티티의 예에서 보듯, 우수한 기술과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상품을 출시하면 ‘로열티 수출’의 길을 열 수 있다.

스마트 완구 산업을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첫째, 시대의 흐름과 고객의 욕구를 파악해라.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세계의 메이저 회사들이 전통적인 봉제완구를 버리고 디지털 로봇을 봇물처럼 출시하는 이유는 시대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이제 한국의 봉제완구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산학연 협동개발을 고려해라. 세계 로봇축구대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1회부터 5회까지 전부 한국팀들이 우승했다. 그것은 한국이 그만큼 로봇기술에 있어 잠재적인 가능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완구회사와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연계해 공동의 상품기획과 연구개발을 한다면 디디와 티티보다 우수한 제품을 얼마든지 만들어내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세계시장을 생각하라. 한국시장만 생각하고 몇 억이 들어가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수 없다. 일본시장은 한국의 20배, 미국은 100배임을 명심해라.

넷째.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라. 디지털시대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와 전략적 제휴일 것이다. 국내 업체이든 해외 기업이든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면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게 될 것이다.

다섯째, 유통질서를 깨트리지 말라. 지금까지 한국의 완구 회사들은 스스로 유통질서를 깨트려서 자신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유통질서가 무너지면 한국 완구회사 전체에 손해다.

윤권현(인츠닷컴 전략기획실장)
자료제공 : i-Weekly(http://www.i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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