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그래도 장미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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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여왕' 장미란(29·고양시청)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어깨를 만지고 돌리며 통증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미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6일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장미란은 5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75kg급에서 인상 125kg·용상 164kg을 들어올려 합계 289kg을 기록했다. 이로써 장미란은 4위에 올라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장미란의 이번 도전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이미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 등을 모두 휩쓸어 동기부여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장미란의 도전을 방해했다.

장미란은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에서 용상 187kg을 들어올려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0년 1월, 경기도 고양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선수 생활의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장미란이 타고 있는 승용차가 한 승합차에 뒤를 받히는 접촉사고로 어깨, 허리, 골반 통증이 찾아왔다. 이미 상당한 훈련량과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고질적인 통증이 왔던 상황에서 교통사고는 장미란의 몸상태를 더욱 떨어트렸다.

결국 그해 9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제대로 훈련도 못하고 출전해 신예 타티아나 카시리나(21·러시아)에게 정상을 내줬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멍수핑(중국)을 몸무게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통증이 가시지 않던 장미란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그래도 장미란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통증은 있었지만 코칭스태프가 짠 훈련을 소화하며 런던올림픽을 준비했다. 특히 어깨 통증으로 인해 무너진 밸런스를 맞추는데 집중했다. 장미란은 올림픽 전 "주어진 훈련 프로그램을 잘 소화한다면 목표를 이뤄낼 것이다. 베이징 때에 비해 몸은 안 좋지만 최선을 다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4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전세계급 대회에 출전한 것은 2010 세계선수권 이후 근 2년 만이었다. 저우루루(중국)·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 우승후보들의 기량이 성장했지만 장미란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에 임했다. 경험이 풍부한 만큼 노련하게 경기 운영을 했다. 그리고 세계 4위에 올랐다.

장미란은 용상 3차 시기 170kg에 실패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기도 세리머니를 한 뒤 바벨을 만졌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역도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장미란은 경기 후 "연습 때 한 것만큼 딱 들어올렸다. 더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은 있다"면서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치지 않고 경기를 끝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역도 여왕의 마지막 도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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