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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취재진 "한국선 축구 지면 군대?" 술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브라질 남자축구 4강전 공식 기자회견 직후 브라질 기자들이 한국 취재진을 둘러싸고 한국의 병역 제도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중에 영어를 할 줄 아는 기자가 있나. 궁금한 것이 있다."

6일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홍명보(43)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의 브라질전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 홍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벽안의 외국인 기자 몇 명이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왔다. 브라질 언론인임을 밝힌 그들은 여러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주제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이나 한국 축구가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의 젊은 남자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과 군대에 가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확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다.

한국 젊은 남성의 병역 의무와 군 입대 시기,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면제 기준 등에 대해 국내 취재진이 상세히 알려줬지만, 그들의 궁금증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병역 혜택 기준이 다른 이유가 뭔가. 박지성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는데 왜 군대에 가지 않나" 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기자는 "아무리 유명한 축구선수도 입대하면 북한군과 대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한국 기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난 뒤 브라질 기자들은 "참 흥미로운 시스템인 것 같다. 한국 사회가 가진 특별한 규칙들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했다.

이렇듯 브라질 기자들이 한국 운동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건 일부 영국 언론의 보도 때문이다. 5일 새벽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영국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직후 데일리 텔레그라프를 포함한 몇몇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2년 간의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점이 승리를 거두는 데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보도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텔레그라프는 "올림픽팀 와일드카드인 박주영은 한때 고의로 병역을 기피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올림픽팀 발탁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도 했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소개 영상의 배경에 태극기를 사용하는 실수를 저질러 대회 초반 큰 홍역을 치렀다. 제임스 캐머런 영국 총리가 북한 선수단에 직접 사과문을 발표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한국이 8강에서 남자축구의 강력한 우승후보 영국을 제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병역 문제'가 거론되면서 남·북한의 대치 상황이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서 주목받는 주제가 됐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쟁 휴전 후 반 세기가 지났음에도 다수의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반도를 '전쟁지역'으로 분류한다"면서 "병역 문제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돼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의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맨체스터(영국)=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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