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믿었던 사람 의혹 연루에 멘붕 … 엄격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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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5일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 연석회의를 열어 대선 경선 정상화에는 합의했지만 이날 경선 기획으로 공을 들여 준비한 정책토크(‘20대 정책토크 청년과 함께’)는 ‘반쪽 토크’로 진행됐다. 연석회의 전까지 김문수·김태호·임태희 후보가 4·11총선 돈 공천 의혹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경선 일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3일 KBS 생방송 TV토론회가 무산된 데 이어 두 번째 파행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정책토크 장소로 마련한 서울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국제회의실의 널찍한 공간엔 달랑 두 개의 좌석만이 마련됐다. 좌석은 박근혜·안상수 두 후보의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20대 패널이 ‘공천 의혹 처리’에 대해 묻자 “이런 의혹이 얘기되는 자체가 무척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위를 가리고 있고 아직 사실 여부가 나오지 않았지만 참으로 민망스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이번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였다. 이어 박 후보는 “총선 당시 공천위원회에 깨끗한 공천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분들도 사명을 가지고 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돈 공천 의혹에 대한) 제보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원칙)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이라며 “사회 지도층은 일반인보다 훨씬 엄격하게 처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가장 최근 ‘멘붕(멘털 붕괴·정신적 충격)’이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믿었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연루될 수가 있다는 얘길 들었을 때 멘붕이 됐다”면서 이번 사태로 받은 충격도 그대로 드러냈다. 두 번째는 “아직 사실 여부도 모르는데 이걸 빌미로 저를 막 공격하면, 이것도 멘붕”이라고 했다. 비박 주자 진영을 겨냥한 발언이다.

 세 번째론 “제가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곤란한 얘기를 들으면 이것도 멘붕”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과 관련한 항간의 루머까지 거론한 것이다.

 돈 공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비박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선 “그건 나중에…”라며 말을 아꼈다. 박 후보는 경선 정상화에 합의하기 전인 3일 비박 주자들이 전면 공세에 나서자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냈었다. 당시 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비박 주자들이 뜬금없이 황우여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건 다음 당권을 자기들이 갖겠다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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