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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초등학교에서도 없을 경선 거부 소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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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에서 벌어졌던 경선 거부 소동은 집권 여당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것이다. 여당 경선이 초등학교 선거보다 못한 수준이다. 비박(非朴) 김문수·임태희·김태호 후보 3인은 현영희 비례대표 의원 공천헌금 의혹 파동과 관련해 갑자기 경선을 거부했었다. 이들은 황우여 대표의 사퇴, 당의 진상조사, 지역구 공천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었다. 뒤늦게 이들은 문제된 공천 비리가 사실로 확인되면 황 대표가 책임진다는 정치적 합의를 내세우며 경선으로 돌아왔다. 당이 문제를 봉합하는 방법에도 원칙이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주장으로 보면 비례대표 공천헌금 의혹은 4·11 총선 공천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다. 지역구 공천과는 상관이 없다. 당은 이미 철저한 검찰수사를 요구했다. 총선 당시 황 대표는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으로 공천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위치였다. 그는 총선 후 당원 투표로 대표가 됐는데 그가 왜 총선 공천비리와 관련해서 사퇴해야 하는가.

 대선후보 경선, 특히 집권당 경선은 한국 사회가 보여주어야 할 최고 수준의 민주적 경쟁 중 하나일 것이다. 이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집권당의 국정운영 능력이 평가된다. 누구보다도 집권당은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해진 원칙과 제도에 따라 후보들이 참여해서 성실하게 완주해야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경선은 시작부터 저급한 수준을 보였다. 일부 비주류 세력은 국민참여 경선으로 룰(rule)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끝내 경선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사건도 명분이 없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잘 진행되던 경선을 3인이 더욱 더 이상한 이유로 거부했다.

 경선 하나 제대로 치러내지 못하는 인물들이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맡으면 국가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당에 커다란 문제가 생겼을 때 힘을 합쳐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는 ‘조직의 순리(順理)’에 맞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집권당의 이런 추태를 보면서 자라나는 세대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