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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생각보다 덜 빠진 종목에 주목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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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호 20면

무더위를 잠시나마 피하고 머리도 식히려고 시원한 영화관을 오랜만에 찾았다. 바쁜 일과로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는지 알아보지도 못한 채 인근 극장에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를 택했다. 당연히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중에 매스컴의 영화평을 보니 잘된 영화라고 한다. 아무렇게나 골랐는데 망외의 소득인 셈이다. 영화가 아주 재미있었다는 느낌은 이처럼 작품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든 말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만족도가 더 높았는지 모른다. 주연·조연 할 것 없이 이름값 하는 유명 배우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나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했다는 영화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감흥이 오히려 적었을지 모른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기대 낮으면 기쁨 두 배
주식시장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기대가 크면 손에 쥐는 이익이 적고, 애초 기대가 적으면 의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다. 주식시장은 실물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먼저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대감에 부풀어 투자할 때는 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일 때가 많다. 그럴 때 투자하면 손에 쥐는 이익이 크지 않다. 반면에 기대를 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반대다. 악재가 주가에 미리 반영돼 작은 호재가 튀어나와도 주가는 꿈틀거린다. 이럴 때 투자하면 의외로 괜찮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지금처럼 주가 상승 기대감이 바닥 수준일 때가 바로 이런 시점이다.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 실적이 저조하고 매크로(Macro, 거시경제) 환경이 극히 불투명한 시점일수록 호재에 목마른 시장은 과잉반응하는 것이다. 사실 주가는 경기변동에 과잉반응하는 속성이 있다. 경기가 좋으면 호황이 끝없이 이어질 것같이 과열됐다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면 성장 시대가 막을 내린 듯 매사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동일 사안에 대한 투자자 태도는 경기 상승기와 하강기에 사뭇 다르다.

최근 주식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낮추는 글로벌 경제 환경을 유럽과 중국·미국 순으로 들여다보자. 유럽 재정위기는 2010년 그리스 정권이 바뀌고 엄청난 재정 분식이 노출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위기 우려가 증폭될 때마다 유럽 정상들이 모여 임시방편 정책들을 쏟아내 문제를 봉합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미봉책들의 연속이라 앞으로도 그런 패턴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나라마다 이해관계와 정치적 관점이 사뭇 다르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2010년 이후 3년째 유럽 사태에 시달리며 고생하고 있다. 주목할 건 스페인 국채가 국가 디폴트(Default,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키울 만한 7%대를 웃돌았는데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 망할 것처럼 투자자들은 원화를 팔아 치우고 원화가치는 급락했을 것이다. 이는 유럽 위기가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 주요 지표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한숨 돌리긴 이르다. 미국과 함께 G2(양대 강국)의 일원으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각광받던 중국은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6%를 기록했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이 이제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표면화된 것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경제의 경착륙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고속철 사고로 주춤했던 철도 사업을 다시 확대하고 서부 대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중국의 올 하반기 성장률이 8%를 조금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성장률 비교시점인 작년 하반기의 기저(基底)효과를 감안하면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의 성장이다.

생각보다 괜찮네 인덱스 유행
미국은 어떤가. 2분기부터 고용 회복세가 현격히 둔화되더니 미국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경기침체 기준선인 50선 밑으로 내렸다. 연방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9%에서 1.9~2.4%로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2% 초반이면 미 잠재성장률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내년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아 기대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재정절벽이란 정부 재정지출이 급감하거나 중단될 때 생기는 경제충격을 말한다.

유럽·중국·미국에서 이렇듯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잇따르다 보니 악화된 경제지표가 실제로 발표돼도 ‘생각보다는 괜찮은데…’라고 여기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미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인덱스(Economic Surprise Index, ESI)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지수는 여러 경제지표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와 실제 발표된 수치의 차이를 또다시 지수화해 투자자들의 매크로 기대심리를 알려준다. 지표가 예상치만 못하면 이 지수가 내려가고, 그 반대면 올라간다. 올해 상반기 ESI는 작년 하반기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만큼 하락해 있다가 최근 반등하는 기미를 보인다. 나쁜 경기지표를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고, 일부 지표는 시장 우려보다 낫게 나오기 때문이다. 미 금융 전문가들이 예상한 미 기업 2분기 실적도 그랬다. 지난달 초 실적 발표 기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개 기업 중 75%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낮게 발표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마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를 낸 듯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기업도 있었다. 2분기 기업이익이 이전보다 악화됐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2분기 못지않게 3분기 실적 전망을 좋지 않게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처럼 기대를 덜 하게 되는 장세에서 망외의 수익을 올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황성택(46)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뜻으로 ‘칭기스칸펀드’를 출시해 2년 만에 1조원의 자금을 모았다. 종목 선택에 앞서 기업 탐방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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