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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한 한국럭비

중앙일보

입력

한국럭비는 소리없이 강하다.

2001 월드시리즈 말레이시아 7인제럭비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콸라룸푸르근교의 콩코드호텔에서 열린 선수단 환영파티에서 한국은 국제럭비위원회(IRB), 각국 관계자, 언론 등으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IRB의 대회감독관인 프래이저 네일(영국)씨는 "한국럭비는 상하이대회(4.7~8)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하는 등 각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저력을 칭찬했으며 현지 일간지인 뉴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0일자에서 한국을 우승후보 뉴질랜드, 호주 등과 함께 주목할 팀으로 꼽았다.

럭비는 국내에서 비인기의 그늘에 가려 있는데다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해 핸드볼, 하키 등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국민들의 동정섞인 사랑을 받는 다른 비인기 종목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 하지만 국제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대단해 2008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큰 이 종목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무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수준이다.

한국럭비는 97년 7인제 월드컵대회에서 세계 8강에 올랐고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는 7인제와 15인제를 석권했으며 지난해 말레이시아 7인제대회에서 준우승하는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7인제는 세계 `톱 10', 15인제는 세계 20위권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이 8일 끝난 상하이 7인제대회에서 세계 4강인 사모아를 꺾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공동 3위에 오르자 프랑스의 AFP통신이 "한국럭비가 강호킬러로 돌아왔다"고 타전할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은 우선 삼성전관, 포항강판, 한국전력 등 실업팀이 3개에 불과해 저변이 얕은데다 장래보장이 안되는 까닭에 선수수급부터 갈수록 들어지고 있는 상황. 게다가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팀은 잔디로 된 전용구장이 없어 흙바닥에서 련을 해왔고 협회예산부족으로 한때 갈비집에서 합숙을 했을 만큼 열악한 지원 속에서 운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환경에서도 한국은 강동호(30.삼성), 유민석(28.한전) 등 백전노장들의 노련미와 5~6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만든 조직력으로 세계적인 강호들을 넘어서는 기적을 연출해 왔던 것.

이번 말레이시아 7인제대회 한국선수단의 평균나이가 27세로 출전국중 최고령을 툴 정도여서 언제까지나 이들에게 기댈 수는 없는 형편이지만 대체할 대학선수들과의 기량차가 확연해 더 이상 기적을 바라기는 힘들다는 것이 럭비인 대부분의 평가다.(콸라룸푸르=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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