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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저지 별렀는데 … 허 찔린 새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검찰이 국회에 제출했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1일 자진 철회했다. 지난달 31일 박 원내대표의 자진 출두로 원인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국회도 2일 본회를 취소하고 7월 국회를 이날로 끝냈다.

 하지만 ‘박지원 방탄국회’는 8월 말까지 이어지게 됐다. 민주당이 전날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낸 데 따라서다.

 체포동의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던 새누리당은 박 원내대표에게 허를 찔린 셈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물론 단상 점거와 같은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동의안 표결을 막을 경우에 대비해 국회의장 경호권 발동 등의 ‘가결 처리’ 시나리오까지 짜고 준비했다. 또 단독 처리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151명)를 채우려고 런던 올림픽 참관을 갔던 의원 5명을 귀국시키기까지 했다. 그 같은 부산한 준비가 모두 헛수고로 돌아간 셈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8월 국회 소집을 놓고선 “특권 원내대표 구하기 방탄국회”라며 총공세를 벌였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가 검찰에 출석하자마자 뒤꽁무니로 은근슬쩍 끼워넣기로 방탄국회 소집요구서를 냈다”며 “말로는 민생국회를 외치면서 토요일(4일), 일요일(5일)까지 물 샐 틈 없이 국회를 소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체포동의안 철회는 소환 목적이 달성돼 철회한 것이지 그 후 또 다른 절차로 올 수 있는 구속 목적의 체포동의안과는 별개”라고 경고했다.

 원내부대표인 이장우(충남 청양) 의원도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 법사위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고 군사작전을 방불하듯 검찰에 출두했다. 이걸 보며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보무당당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느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는 12월까지 방영될 5개월짜리 ‘제왕적 특권 원내대표 박지원 구하기 드라마’가 시작됐다”며 “한마디로 멘붕, 멘탈 붕괴다. 정치꼼수 9단, 방탄 민주당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8월 국회는 민생국회”라고 반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검찰이 정치공작을 해왔는데 박 원내대표가 8월 국회나 대선 경선을 위해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는 판단으로 검찰에 나갔다”며 “이젠 8월 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개원 국회 협상에서 합의한 대로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조사 특위를 구성하고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검찰 수사에서 제 억울함이 충분히 해명됐다. 기소하면 나가서 재판을 받겠다”며 추가 조사엔 나갈 뜻이 없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검찰 출두를 놓고 뒷말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이 소환 반대를 결의한 다음 날 자진 출두해 당 체면만 구겼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도 측근들에게 이런 점을 지적하며 “결과적으로 당만 우습게 됐다”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당이 똘똘 뭉쳐 있다’는 걸 검찰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며 “다들 출두 장면을 보고 멍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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