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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향토백화점'은 끄떡없다

중앙일보

입력

유나백화점(부산).가든백화점(광주).대전백화점(대전)….

한 때 이름을 날렸던 지방의 향토 백화점들이지만 경제난 속에 부도가 나 이젠 그 이름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향토백화점들이 법정관리와 화의를 신청했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부산지역 백화점들은 롯데백화점 부산점이 들어서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광주.대전 등 다른 지역 백화점들도 서울에서 진출한 백화점들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의 대형 백화점 진출에 맞서 상품의 질을 높이는 등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때 지역경제의 유지(有志)로 대접받던 향토백화점의 경영자들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한 사람도 있고 대부분이 지역 경제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유독 대구만은 서울의 백화점들이 아직 진출하지 못했고, 향토백화점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화제다. 대구의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를 경영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활기찬 모습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진출을 검토하다가 두 향토백화점의 아성을 뚫기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했을 정도다.

이들 두 백화점도 다른 지역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백화점은 1998년 9월, 동아백화점은 같은해 11월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대구백화점은 유통 부문을, 동아백화점은 유통과 건설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아파트와 백화점 건립을 위해 확보했던 노른자위 땅까지 넘겼다.

구조조정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소비심리도 어느 정도 회복해 대구백화점은 지난해 6월, 동아백화점은 8월 모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동아백화점의 이인중(李仁中)회장은 "이익이 남지 않는 회사나 재산은 모두 처분했다" 고 말했다.

두 백화점의 생존에는 다른 요인도 있었다. 서울에 본점을 둔 점포들이 없었다. 부산.대전.광주 등 주요 도시의 백화점들은 신세계.갤러리아.현대 등 서울지역 백화점의 침공에 항복했던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경영 노하우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대구시민들의 보수적인 구매성향도 한몫 했다.

배광식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기왕이면 '우리 지역 기업제품을 사주자' 는 대구지역의 정서가 두 백화점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며 "이런 분위기가 대구를 두 백화점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고 말했다.

이들 백화점은 올해 매출액이 6%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의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홈플러스.까르푸.이마트.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이 잇따라 들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백화점 진출설도 여전하다.

두 백화점은 매장을 넓고 고급스럽게 꾸미는 작업을 하면서 안방 굳히기에 열심이다. 판매장의 중.저가 제품 판매대는 철거했다. 고급 백화점으로 거듭 나는 것이 할인점이나 외지 백화점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대구백화점(http://www.dismall.com) 동아백화점 (http://www.dongacybermall.com)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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