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권 재건축 몸값 41개월만에 최저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최현주기자]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 1순위’로 꼽혔다.

강남권은 국내 최대 상권이자 최대 업무시설밀집지역이다. 그만큼 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살기 편하고 배후 수요가 든든하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권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입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재건축 대상 단지의 중소형을 사두면 추가 비용(추가부담금) 없이, 혹은 약간의 추가 비용을 보태 중대형 새 아파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새 아파트의 몸값은 입주 후 쭉쭉 올라 시세차익이라는 기쁨도 안겨줬다.

그런데 요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기피 1순위’가 되었다. 집은 낡을 데로 낡았는데 재건축 사업은 주민들간 이견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왼쪽 뺨을, 서울시의 재건축 출구전략이 오른쪽 뺨을 때리면서다.

타격은 고스란히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2009년 2월(3.3㎡당 3369만원)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현재(7월 26일 기준) 3.3㎡당 3355만원이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2단지 61㎡형(이하 전용면적)은 2009년 2월 14억이었던 몸값이 2억9750만원 떨어져 11억250만원선이다. 시영아파트 51㎡형도 같은 기간 시세가 20%(1억6500만원) 떨어져 6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서초구 방배동 경남 142㎡형은 2억5625만원 빠진 11억3250만원선이고 삼호2차 178㎡형도 1억7500만원 떨어져 10억4500만원선이다. 이들 단지는 평균 15% 정도 값이 하락했다. 송파구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83㎡형 시세는 10억5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억1750만원 하락해 17% 깎였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0년대 중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무서운 속도로 올랐다. 2005년 1월 3.3㎡당 2554만원이었던 몸값은 2007년 1월 3.3㎡당 3906만원으로 치솟았다. 2년새 3.3㎡당 1352만원이 오른 것이다. 공급면적 99㎡형의 경우 4억원이 넘게 오른 셈이다.

‘잘 나가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수난이 시작된 것은 2008년이다. 3.3㎡당 3800만원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던 몸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8년 12월 3.3㎡당 3159만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상승폭도, 하락폭도 1년새 수억원 달해

하지만 2009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됐다. 2010년 2월 시세는 3.3㎡당 3988만원. 1년 2개월 만에 3.3㎡당 829만원이 오른 것이다. 역시 투자 1번지라는 평을 받았다.

용적률 상향, 소형의무비율 완화 등 재건축 규제완화 정책이 속속 나온 데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었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 제2롯데월드라는 호재도 있었다.

이후 3.3㎡당 3700만원 이상을 유지하던 시세는 다시 한번 시련을 맞았다.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내림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9월 3.3㎡당 3706만원이었던 시세는 10개월만에 351만원 떨어졌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행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만큼 이전같은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사실상 투자수요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되고 집으로 돈번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어 이전같은 시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뛰어난 입지 덕에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대성리센츠공인 관계자는 “주거여건이 잘 갖춰져 투자수요가 빠져나가더라고 실수요를 중심으로 시세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 값이 많이 빠져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솔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에 부정적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은 것도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꼽힌다. 박 시장의 임기는 2014년 6월. 대개 임기 만료 전 6개월~1년은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는 만큼 올해만 지나면 서서히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모두 DTI 규제를 풀고 취득세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구 개포동 동명공인 관계자는 “매매가 이뤄지려면 집을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DTI를 풀고 취득세도 완화해서 매수자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거래가 이뤄지고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롤러코스터다. 일년새 수억원씩 올랐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대상 단지 전경.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