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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ETF 추천 포트폴리오로 1억원 굴렸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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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렇게 돈 굴리기 힘든 때가 없었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불평했다. 그런데 올해는 더하다. 유럽 위기가 좀처럼 끝이 안 보인다. 주식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하고 금리마저 낮아졌다. 돈 묻어둘 곳이 없다 보니 개인 투자자까지 국채에 눈을 돌릴 정도다. ‘금리 3~4% 받아서 뭐하겠느냐’며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국채다. 요즘은 너도 나도 사겠다고 몰리는 통에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본지는 녹록지 않은 올해 재테크 환경을 감안, 상장지수펀드(ETF)만으로 1억원을 투자하는 투자바구니(포트폴리오)를 제시했었다. <2011년 12월 27일자 S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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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상반기 수익률을 중간 점검했더니 코스피지수나 펀드보다 수익이 오히려 나았다. 오를 때 더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떨어질 때도 덜 떨어졌다. ETF의 낮은 수수료를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더 높다. ETF는 보통 주식과 마찬가지로 0.015%(온라인 거래 기준)의 매매수수료만 내면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투자 대안 노릇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3개 ETF 운용사가 제안한 포트폴리오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상반기 6.8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55% 올랐고, 주식형 펀드(운용자산 10억원 이상의 공모펀드) 평균 수익률은 0.88%였다. 삼성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2.12%로 역시 코스피지수나 주식형 펀드보다 나았다. 우리자산운용은 -1.6%였다.

 수익률 차이는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운용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코스피 200 지수를 좇는 ETF를 투자 자산의 절반인 5000만원어치 사고, 나머지에서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1분기에는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따라가는 ETF와 중국 소비재 지수 관련 ETF를 절반씩 사라고 추천했다. 예측은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2분기에 추천했던 금은선물 ETF는 금값이 떨어져 6% 손실이 났다. 2500만원을 투자하라고 권한 삼성그룹주 ETF도 원금을 6% 까먹었다.

 삼성운용도 코스피 200 지수를 따라가는 ETF에 자산의 절반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또 1분기에 자동차와 소비재업종 ETF, 국고채 ETF에 나눠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초에 현대차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아 수익률이 처졌다. 2분기에는 반도체 ETF에서 6% 손해를 봤다.

 우리운용은 1분기에는 주식 ETF 비중을 낮게 가져가고, 2분기에는 비중을 높이도록 권하는 바람에 수익률이 뒤처졌다. 연초 주가가 오르고 2분기부터 하락한 주식시장 흐름과 반대로 갔다. 하지만 수익률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1·2분기 수익률 변동폭이 컸던 미래에셋·삼성과 달리 등락이 작았다. 특히 2분기에 코스피지수가 7.95% 하락했지만 우리운용의 포트폴리오는 4.7% 떨어져 방어를 잘했다. 국고채와 통안채 등 채권 ETF를 많이 편입한 덕이다. 

 사봉하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ETF는 위험자산(주식)에 투자하되,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주식시장과 비슷한 수익을 노리되 약간의 초과 수익을 원하는 전략을 택하면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즉 코스피 200 지수를 추적하는 ETF를 절반쯤 기본으로 깔아두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나머지 절반은 상황에 따라 많이 오를 것 같은 업종 몇 개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를 추구한다. ETF라면 수시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레버리지 ETF’만 떠올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투기성이 강한 ETF는 전혀 추천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 여건이 예상과 달라진 만큼 하반기에도 ETF로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를 바꿀 필요가 있다. 연초 많은 전문가는 올해 경기가 상반기에 침체되고 하반기에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했다. 주식시장도 3분기께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주가는 1분기에 반짝 올랐다가 이후 지지부진하다. 하반기 경기 회복은 불투명해졌다. 1년 내내 침체가 이어진다는 비관론이 많다.

 이런 상황을 반영, 미래에셋운용은 3분기에 주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고쳐 내놨다. 연초에는 투자 자산의 절반을 ‘모멘텀’과 ‘블루칩’ 등 주식시장 상승에 거는 ETF를 추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과 달리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유동자금 ETF에 20% 투자를 권했다. 유동자금 ETF는 수시입출계좌와 성격이 비슷하다. 현금을 들고 있으라는 뜻과 같다. 또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곡물 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는 이유로 농산물선물 ETF도 새로 추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연초 제안한 것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4분기께 세계 경기가 살아나리라는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4분기 반도체, 은행, 에너지화학업종 ETF를 추천한다. 은행이나 에너지화학은 경기가 살아나면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반등하는 업종이다.

ETF( 상장지수펀드)  특정 주가지수와 연동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Index Fund)’.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이다. 보통 ‘운용사의 브랜드+추종하는 지수명+ETF’ 식으로 이름이 붙여진다. 이 가운데 레버리지ETF는 수익률 변동폭이 추종하는 지수의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인버스ETF는 추종하는 지수와 수익률이 반대로 나오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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