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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방문 추정 이설주, 인터뷰 내용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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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로 추정되는 두 사진. 왼쪽은 2005년 9월 제16회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청년학생협력단’으로 남한을 방문한 모습. 가운데는 2010년 말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곡을 부르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6일 김정은과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퍼스트레이디 이설주. [연합뉴스, 유튜브,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를 공식석상에 동반하고 이름까지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것은 김일성·김정일과 다른 전향적 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일성은 사망 한 달 전인 1994년 7월 부인 김성애를 동반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경우를 빼곤 공개석상에 등장시키지 않았다. 김정일은 공개석상에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동반한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다. 사망 이후인 올해 들어 김정은 우상화 차원의 기록영화에서 김정일·고영희의 생전 모습이 공개됐을 뿐이다.

 배우자를 은둔의 여인으로 남겨뒀던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일찌감치 퍼스트레이디로 공개석상에 등장시켰다. 북한의 퍼스트레이디가 외부 세계에 공식적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0대 때 유럽(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이 부인을 동반한 서구 지도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이 등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결혼 사실을 알려 후계권력 구축에 안정감을 더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인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철없는 어린 지도자’란 주민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아무런 설명 없이 등장시켜 안팎의 궁금증을 증폭시킨 뒤 실명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점도 눈에 띈다.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선전·선동 전문가들이 치밀한 계산 아래 ‘이설주 공개’를 진행했을 것이란 진단도 있다. 일단 관영매체에 띄워 여론을 살펴본 뒤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부인이란 사실과 이름까지 공개했다는 얘기다.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에 원수 칭호 등 권력기반을 어느 정도 다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부인 이설주가 남한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상당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학생 시절 남한의 발전된 모습을 목도한 이설주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개혁·개방 구상에 조언을 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남한을 방문했던 학생 이설주가 노래와 악기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악단 가수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밝혔었다는 점에서 은하수관현악단의 가수 이설주와 동일인물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부인 이설주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첫 데뷔가 이달 초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자리였다는 점도 그녀가 예술계 출신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이설주가 다녔던 평양창전중학교엔 영화배우나 가수를 육성하는 조기반이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북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이설주의 모습에서 퍼스트레이디로서의 당당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흔적이 묻어난다고 진단한다. 지난 7일 조선중앙TV에 처음 등장한 이설주는 검정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김정은의 바로 오른편 자리에 앉았고, 굳은 자세의 다른 간부들과 달리 왼팔을 편안하게 받침대에 얹어놓았다. 다음 날 김정은과 이설주는 김일성 18주기를 맞아 ‘태양상(영정)’ 앞에서 나란히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다른 간부들과 달리 김정은과 함께 둘만 한발짝 앞에 나와 참배하는 모습은 그녀가 특별한 존재라는 점이 부각된 장면이었다.

 이설주는 지난 15일 김정은의 평양 창전거리 경상유치원 현지 지도 영상에 세 번째로 등장했다. 노란색 물방울 무늬 원피스와 하얀색 카디건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김정은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했다. 김정은과 얼굴을 마주 보고 활짝 웃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마치 금실 좋은 부부를 연상시킨다는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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