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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독과점만 심화시키는 방송법 개정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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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사업자(PP) 한 곳의 유료방송시장 매출 점유율 한도(33%)를 최대 49%까지 완화하는 방향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개별 케이블 방송사업자(SO)의 가입가구 수 제한 규정(3분의 1 이내)도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방통위의 의도대로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대부분의 혜택은 국내 최대 유료방송 업체인 CJ E&M에 돌아간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이 CJ 계열사인 CJ E&M을 위한 ‘CJ 법(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CJ E&M은 국내 최대 복수케이블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비전과 한 식구다. 콘텐트와 플랫폼을 양손에 쥐고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특정 기업이 규제완화 혜택까지 독차지한다면 그 배경에 의구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CJ헬로비전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점도 뒷말을 더하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콘텐트 업체를 키우려는 정부 정책의 큰 틀에 부합한다”고 강변한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도 어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특정한 회사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콘텐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케이블 공룡’으로 불리는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과연 규제완화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방송의 다양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시청자들이 채널CGV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다 다른 영화를 보려고 리모컨을 눌러본들 같은 CJ E&M이 운영하는 OCN·수퍼액션·캐치온을 벗어나기 어렵다. 음악·오락 채널도 비슷한 실정이다.

 방통위의 설명대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콘텐트 업체’를 키우려면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게끔 북돋워야지 국내 군소 케이블사업자들을 고사(枯死)시키는 방향으로 가서야 되겠는가. 시행령 개정은 경쟁력 강화 아닌 독과점의 폐해만 더할 뿐이라고 우리는 본다. 일개 시행령이라 해서 얼렁뚱땅 방통위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에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작업을 포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