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부, 금강산 사업 해법찾기 골몰

중앙일보

입력

현대그룹과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금강산관광사업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사업은 그간 누적적자로 인해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이 올초부터 본격적인 자본금(4천500억원) 잠식상태에 들어갔으며 대북지불금도 2월분으로 200만달러만 송금한데 이어 3월분은 한푼도 보내지 못했으며 4월분 송금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더욱이 관광객 운송과 모객을 맡고 있는 현대상선[11200]은 채권단으로부터 `사업중단'요구를 강하게 받고 있다.

여기에 육로관광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1-3월 관광객수가 6천-1만명선으로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금강산 사업은 자체적으로 붕괴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최악의 경우 `사업중단'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중 그룹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이 대북교류의 상징적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중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안팎의 분석이다.

◇ 카지노, 면세점, 육로관광 합의, 관광공사출자 등 정부지원= 정부와 현대그룹이 마련할 수 있는 예측가능한 금강산 관광사업 회생책은 뭐니뭐니해도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은 카지노와 면세점 사업 허용. 현대는 "금강산 사업 시작전에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낼때 이미 카지노, 면세점사업은 포함돼 있었으며 정부가 현대의 대북사업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금강산 유람선 사업도 당초 정부가 카지노.면세점 사업을허용하고 총 수용가능 인원의 80%가 항상 유지돼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시작한 만큼 지금처럼 두가지 모두 충족되지 않아서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난감하다. 강원도 지역주민 등이 금강산 카지노 사업승인을강력 반대하는데다 `카지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좋지 않고 특혜 시비도 일어날수 있기 때문이다.

육로관광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설악산-금강산을 잇는 육로관광이 성사될 경우 비용이 적게 들고 `하루관광'이가능하다는 점에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육로관광이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러나 "육로관광 성사는 금강산 지역 군사시설 소개(疎開)와 동부전선 붕괴를 의미한다. 또 이는 현대와 북 아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양측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야 될 일이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육로관광 조기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지원책으로 관광공사를 통한 출자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민간사업으로 맡겼던 금강산 관광사업에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지만 정작 관광공사는 이같은 방안은 논의된 적 조차 없다고강력부인하고 있다.

관광공사 이상오 경영본부장은 "올해부터 정부에서 330억원을 지원받아야 하는공사 입장에서 어떻게 큰 돈이 들어가는 출자문제를 논의할 수 있겠냐"면서 "현재관광공사의 처지나 여력으로 볼 때 관광공사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 출자사 증자 또는 금융기관 대출방안 = 현대아산은 자금난으로 인해 2월부터대북지불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되자 최근 계열사 증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 지분은 현대상선이 40%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00720]과 현대중공업[09540]이 각각 19.8%, 현대차[05380]와 현대미포조선[10620]이 각각 5%, 현대증권[03450] 4.5%, 현대종합상사[11760]와 현대백화점[05440]이 2.9%를 보유중이다.

그러나 출자회사들은 이미 5차례에 걸쳐 증자를 한데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계열분리됐고 현대중공업은 금년중에 계열분리될 예정이며 나머지 출자회사는 경영난을겪고 있어 추가 증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대안팎의 분석이다.

또 현대아산은 금강산 사업의 사업성을 바탕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지난 2월 자금융통을 위해 외환은행에 당좌개설액을 당초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여줄 것을, 조흥은행에는 200억원의 당좌를 신규개설해줄것을 요청했으나 실패한 데서 보듯 이 방안 역시 성사가능성이 낮다.

현대 관계자는 "북측이 4월분 금강산 사업 대가마저 못 받을 경우 모종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현대그룹 또는 정부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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