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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비법 훔쳐라 … 007 뺨치는 올림픽 첩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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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런던 올림픽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각국 대표팀 사이에서는 007 뺨치는 첨단 정보전이 한창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활발한 ‘스포츠 첩보전’을 펼치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최근 체육부 산하에 ‘올림픽·패럴림픽 준비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NYT는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처럼 올림픽에 필요한 염탐을 하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조직”이라고 보도했다. 국소피부 등에 얼음 찜질을 해 근육통을 억제하는 냉동요법(cryotherapy)을 도입한 것 역시 ‘프랑스의 제임스 본드’라 불리는 파비안 카누가 도입한 것이다. 냉동요법은 현재 호주 조정팀도 쓰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1개의 메달을 땄다. 프랑스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보력과 첨단 장비 사용 덕분이라는 것이 유럽 체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첨단 장비와 시뮬레이션 등으로 무장했다. 미국 BMX 자전거팀은 런던 올림픽의 경기 코스를 3차원 지도 제작 장비를 동원해 촬영했다. 경기 코스를 복제한 훈련장을 만들어 연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요트 대표팀은 런던 남서부 와이머스만(灣) 인근의 훈련장을 계약해 ‘적진 속의 베이스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기상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캐나다 여자축구팀은 선수 전원에게 GPS와 심장박동 측정기를 장착했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동안 스피드·경기력·운동량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기 위함이다. 이 데이터는 존 허드먼 감독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한편 일본에서는 올림픽 남녀 축구대표선수의 항공석을 놓고 성차별 논쟁이 일었다. 남녀 축구팀은 16일 일본항공(JAL)편 같은 비행기를 탔는데, 남자 선수에겐 비즈니스석을 준 반면 여자 선수에겐 이코노미석을 배정했다. 이에 발끈한 여자 축구팀 스트라이커 사와 호마레(33) 선수는 “우리(여자대표)가 더 나이가 많으니 거꾸로 되는 게 좋았을 텐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23세 이하가 출전하는 남자 대표에 비해 여자 대표는 연령제한이 없다. 세계랭킹으로 볼 때도 지난해 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자는 3위, 남자는 20위다. 일본 올림픽위원회(JOC)는 몸집이 큰 특정 종목 선수를 빼고는 모든 대표선수의 항공석을 이코노미로 정하고 있으나, 남자 축구팀은 일본축구협회(JFA)의 특별 지원으로 비즈니스석을 탔다.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 기간(7월 20일~8월 18일)과 올림픽(7월 27일~8월 12일)이 겹치는 것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라마단 동안 이슬람교도들은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림픽 선수들은 여행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단식이 면제된다”는 내용의 파트와(종교적 유권해석을 담은 칙령)를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집트·아랍에미리트·알제리 역시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다. 코란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이라도 병자·어린이·여행자·임산부 등은 단식이 면제된다.

 이 밖에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가짜 여권 스캔들’이 터지면서 런던시 공안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23일 “파키스탄에서 사망자나 여권 만기자의 이름으로 여권과 2개월짜리 비자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테러범이 파키스탄 선수 신분으로 입국할 수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여권 위조 논란이 확산되자 파키스탄 정부는 “특별 조사팀을 꾸려 즉각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총괄을 맡은 제러미 헌트 영국 문화부 장관은 24일 “올림픽 치안 유지를 위해 병력 1200명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보안전문업체 G4S로부터 1만4000명의 보안 인력 파견 계약을 맺었지만, 3분의 1밖에 공급되지 않자 군인과 경찰 등을 총동원했다. 현재 런던에 배치된 보안 인력은 총 1만82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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