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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중퇴' 총기난사범 집에 박격포탄이…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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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일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미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영화관 뒤에서 열린 철야 기도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바치고 있다. [오로라 로이터=뉴시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벌어진 미국 콜로라도주 영화관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제임스 홈즈(24·사진)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말 수 없고 모범적인 ‘너드(괴짜)’형의 의대 중퇴생 홈즈가 수개월간 치밀하게 대량살상을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21일 콜로라도 덴버시 외곽 오로라 시내의 아파트 3층에 있는 홈즈 자택을 수색했다. 내부 진입에 앞서 탐지 로봇을 투입한 결과 다량의 트립 와이어(건드리면 폭탄이 폭발하는 선)와 탄약·액체로 각각 가득 찬 항아리들이 확인됐다. 박격포탄으로 보이는 물체도 포착됐다. 댄 오아츠 경찰서장은 “용의자의 자택에 총 30여 개에 이르는 폭발물이 설치돼 있었다”며 만약을 대비해 인근 주민을 대피시키고 폭발물을 해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 무기가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소포가 4개월 동안 홈스의 집과 학교 등으로 배송된 사실을 알아냈다. 홈즈가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범행을 준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경찰은 홈즈가 4정의 총기류를 지역 상점에서 구매했으며 인터넷으로 총알 6300여 발을 사들인 것을 확인했다.

 현장에서 체포·수감된 홈즈는 지난달 콜로라도 의대를 중퇴했다. 어머니는 간호사이며 아버지는 엔지니어 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던 캘리포니아의 고교 시절엔 장학금을 받았고, UC리버사이드를 우등으로 졸업한 그를 동창들은 ‘수줍은 외톨이’로 기억했다. UC리버사이드의 티머시 화이트 총장은 “그는 은둔자도 내성적인 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홈즈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을 범행 장소로 택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홈즈가 배트맨 시리즈의 전작 ‘다크 나이트’에서 악당 ‘조커’ 역을 맡았던 히스 레저가 사망하기 전 복용했던 것과 같은 약물(비코딘)에 중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홈즈의 주변인들은 “홈즈가 악당 조커라기보다 투명인간 같은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백악관 등 모든 공공건물과 군대·함정 등에 25일 일몰 때까지 6일 동안 조기를 게양하라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주말 선거유세도 중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정치는 잠시 멈춰도 된다”며 21일과 22일 선거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일요일인 22일에는 참사가 발생한 콜로라도주 오로라시를 방문해 희생자들의 유가족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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