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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퍼터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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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2일 새벽 끝난 디 오픈 3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기록, 4타 차 선두를 질주한 애덤 스콧(호주·사진)의 가방에는 드라이버보다 긴 클럽이 있었다. 빗자루처럼 길다고 해서 브룸(broom:빗자루) 퍼터라고 부르는 롱 퍼터였다. 턱 바로 밑의 가슴에 고정하고 그네처럼 흔드는 이 퍼터는 효과가 있었다. 긴장하면 퍼트를 잘 못했고, 메이저대회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스콧은 긴 퍼터로 공을 술술 잘 굴렸다. 그는 홀당 평균 1.59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짧은 퍼터를 쓰는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요즘 메이저 대회는 긴 퍼터로만 우승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그의 말은 약간 틀렸다. 버바 왓슨(미국)은 올해 마스터스에서 짧은 퍼터로 우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PGA 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올해 US오픈 우승자 웹 심슨(미국)은 긴 퍼터로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스콧이 디 오픈에서 우승한다면 롱 퍼터는 최근 4개 메이저대회에서 세 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롱 퍼터가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롱 퍼터는 나이가 많아 손이 떨리는 시니어 투어 선수들이 쓴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롱 퍼터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젊고 잘생긴 선수들이다.

 스콧은 롱 퍼터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짧은 퍼트에서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 퍼트가 잘 안 돼서 다른 샷까지 영향을 받곤 했는데 그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말에 가장 약이 오르는 사람은 타이거 우즈(미국)일 것이다. 우즈는 “퍼트할 때 드는 긴장감도 경기의 일부다. 도구를 통해 이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긴 퍼터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골프 규칙 규제 기관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 나온 롱 퍼터를 이제 와서 규제하기는 어렵다. 대세가 된다면 우즈가 긴 퍼터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과거 긴 퍼터를 쓰는 선수들에게 “손이 떨려서 긴 퍼터를 쓰려거든 아예 심장약을 먹고 나오라”고 욕을 했다가 자신이 퍼트가 안 되자 지난해 롱 퍼터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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