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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누가 내 치즈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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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얇은 책 한권이 한국.미국.일본의 독서시장에 '변화' 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미.일 통틀어 장기간 베스트셀러다. 정보화시대와 맞물려 최근 경제경영서의 주요 이슈도 '변화' 다.

'변해야 살 수 있다' 는 강령을 되풀이 강조하는 이 책의 인기 비결을 번역된 지 1년 만에 다시 음미해보며 이 시대의 화두 '변화' 를 일본 난잔대 강병국(경영학)교수와 중앙일보 기자의 공동분석으로 짚어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치즈는 성공과 행복의 상징이다. 치즈를 우리 정서에 익숙한 '떡' 내지 '밥' 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치즈이건 떡이건 간에, 생존의 조건과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게 아니 그에 앞서 스스로 변화해야 성공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범속하지만 영원한 주제를 우화형식에 담았다.

▷우화에 담긴 '변화에의 초대' =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라' 는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인데, 유독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심리학을 전공한 의학박사라는 저자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화적 형식 때문이다. 단순한 생쥐의 행동양식에 대비시키는 수법으로 인간들의 약점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다.

마치 '자 지금부터 당신을 먼 옛날 어느 마을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당신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라고 속삭이듯이. 하지만 기분나쁜 최면은 아니다. 실의에 빠진 이들을 이만큼 독려해 주는 책도 드물기 때문이다.

▷치즈는 성공과 행복의 상징=이야기속의 등장인물은 두마리 생쥐와 두 꼬마인간. 모두 미로 속에서 치즈가 있는 방을 찾아 치즈를 즐기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치즈가 없어지자 단순한 생쥐들은 바로 새 치즈를 찾아나서지만 복잡하게 분석하는 인간들은 주저앉아서 불평만 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어?' 하고.

그렇게 불평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 꼬마인간은 새 치즈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도중에 실망과 좌절을 겪지만 결국 새 치즈를 찾아낸다.

그리고는 아직도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망설이고 있는 친구가 어서 용기를 내 새 치즈를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한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아니 한시간 동안의 최면에 걸린 독자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한다. '새 치즈를 찾아나설 용기를 얻었다' 고.

▷인기의 비밀=이 책이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치즈를 찾아나선 생쥐들을 생각하면서 '생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고 용기를 내는 꼬마인간을 통해, 독자도 자신을 생쥐보다 못한 인간으로 여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느 책처럼 '어떻게' 변화하라는 구체적 지침이 없다. '어떤 치즈' 가 좋다는 가치판단과 이념성을 배제했으면서도, 강력한 어조로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시킨다. 성공과 실패의 지렛대로 변화를 설정한 저자의 '냉정한'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누구나 낙오자가 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치즈의 내용을 채워가는 일은 최면에서 깬 각자의 몫이다. 그것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오히려 어떤 이는 각박한 경쟁시대에 어릴적 읽었던 '파랑새' 의 진실을 되새길 수도 있으며, 어떤 이는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여백)가 제시하는 인간형에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IMF이후 구조조정이 일상화된 현실은 기존의 관행과 새로운 모험의 갈림길에서 주춤거릴 조금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은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자하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강병국 교수 <日 난잔대 경영학과>.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베스트셀러된 이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한.미.일 출판계가 리얼 타임으로 연결되는 시대의 변화도 읽을 수 있게 한다. 지난해 봄 국내시장에 번역출간된 이래 꼭 1년 만에 53만부가 팔렸다. 출판사조차 예상 밖의 반응에 놀날 정도다.

1백70만부가 팔린 일본에서 이 책의 저자 스펜서 존슨은 '경제경영서 출판계의 스필버그' 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원산지 미국에서도 1998년 첫 출시이후 3년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저자 스펜서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쉬운 해답을 제시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 라는 보편적이지만 어려운 주제를 단순하게 도식화하는 저자의 역량이 정보화시대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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