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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메이커 광장 ② 부상 막는 낙법, 박지성에게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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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나영무 박사 솔병원 원장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는 속담이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남자축구 대표팀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중앙수비의 핵 홍정호(제주)는 후방 십자인대 파열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됐고, 대체요원이던 장현수(FC 도쿄)도 연습경기에서 왼무릎 부상으로 낙마했다.

 1996년부터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맡은 나는 대사를 목전에 두고 부상으로 좌절을 겪은 선수를 숱하게 보아왔다. 98년 프랑스월드컵 황선홍, 2000년 시드니올림픽 홍명보, 2006년 독일월드컵 이동국, 2010년 남아공월드컵 곽태휘 선수 등이다.

 선수에게 ‘부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가 벌어지는 26일까지 훈련과 평가전에서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쏟아야 중도하차의 비운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09년 6월 이란전에서 태클에 걸렸지만 ‘부드럽게’ 넘어지는 박지성. [중앙포토]

 부상은 선수의 심리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의욕이 앞서 흥분하면 근육이 긴장돼 부상에 대처하지 못한다. 반대로 너무 느슨해져도 근육 활동이 저하돼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몸이 무겁고 피곤할 때 등 나쁜 컨디션에서 무리하면 부상 위험이 커진다. 고된 훈련을 마친 뒤 몸 안에 피로 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마사지나 스파 등으로 풀어줘야 한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올림픽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했는데 대부분 양호했다. 그러나 일부 선수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간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던 기성용(셀틱)은 완치됐다. 그러나 초음파를 통해 근육의 탄성도를 측정해 보니 딱딱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속에 흉이 져 뻣뻣한 것인데 마사지를 집중적으로 받으면 나아진다.

 기성용은 상대 선수와 충돌을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순간 동작을 하는 것보다 가볍게 움직이면서 동작을 취하는 것이 부상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발재간이 좋은 김보경(현 세레소 오사카)과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O자 다리’다. 두 선수 모두 발목 힘을 이용한 크로스 능력이 뛰어나지만 신체 특성상 양 다리 바깥쪽 근육들의 긴장으로 인해 무릎 통증,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피로골절 등의 위험이 있다. 두 선수는 꾸준히 무릎을 내측으로 붙여 주는 연습과 함께 발바닥·아킬레스건·종아리 근육 등을 충분히 풀어 주는 것이 부상을 방지하는 길이다.

 선수들은 상대 반칙에 의한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넘어지더라도 낙법을 이용해 덜 다치도록 충격을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선 박지성(QPR)이 최고였기에 선배의 플레이를 상기해 보는 것도 좋다.

 또한 상대의 반칙을 피하는 것도 실력이다. 상대의 공수 패턴은 물론 반칙 패턴을 연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의 태클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피할까 등 포지션별로 예상되는 상황을 가정해 연습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영무 박사 솔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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