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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여 년 지나도 대리석 뜯어내도 감출 수 없는 저 우아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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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종이에 먹펜, 41X58cm, 2012

콜로세움을 처음 보는 순간 ‘1930년 전에 어떻게 저만한 건물을 지었을까’ 하며 경탄을 하였습니다. 가로 190m, 세로 155m, 높이 47m의 타원형 경기장에 수용인원이 5만 명이나 되었답니다. 4층 외벽에 장대를 촘촘히 세우고 베라리움이란 천막 지붕을 설치하였다는 기록에 놀랐습니다. 아치마다 배치하였던 조각상은 모두 없어졌고, 곳곳이 흠집투성이지만 근래에 지은 어떤 경기장보다 우아합니다. 콜로세움을 지은 이후 1900여 년간 건축기술이 발달한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콜로세움은 10년 공사 끝에 서기 82년 완공하였습니다. 관객은 지정된 입구로 들어가 구분된 관람석에 앉게 하였고, 곳곳에 갈레리아라는 매점이 있어 시민들의 모임 장소가 되었답니다. 요즈음 경기장과 운영방법이 똑같습니다. 콜로세움은 시민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시설로 황제의 자랑이었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자랑입니다.

 서기 405년 격투기가 폐지된 후 방치된 경기장은 성당을 짓기 위해 대리석을 떼어 가서 외벽 절반과 좌석 전부가 사라졌습니다. 해체하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들이 총 맞은 것처럼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세계 7대 불가사의입니다. 펜화에는 파손된 부분의 일부를 되살렸고, 오염된 부분도 제거했습니다.

 제 펜화가 19세기 펜화와 다른 점 중 하나가 세밀함입니다. 망원렌즈로 찍은 사진을 모니터에 확대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디테일이 보이거든요.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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