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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총감독 체제 '바이로이트' 미래는?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고(最古)의 음악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차기 총감독으로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83)의 증손녀인 에바 바그너 파스키에(55)가 선임되면서 음악제의 향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그너의 작품 중 '방랑하는 화란인' 이후의 음악극 10편만 상연하고 있는 바이로이트 음악제가 사령탑의 교체 이후 어떤 형태로든 음악적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요정' '연애금지' '리엔치' 등 바그너의 초기 작품도 상연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돼왔다.

또 세대교체와 함께 나치정권과의 유착 관계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한 과거사 청산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바이로이트 재단이 현 총감독 볼프강 바그너(81)의 퇴진 시한을 내년 10월까지로 못박았지만 그가 종신 감독의 법적 권리를 계속 주장할 경우 음악제가 파행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볼프강은 아내 구드룬을 후계자로 삼지 않는 한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바이로이트 재단이 음악제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면 중단하거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대관' 을 취소해 볼프강을 '극장 없는 음악제 총감독' 으로 만들어 항복을 받아내는 수 밖에 없다. 볼프강은 매년 바이로이트 재단 소유의 축제극장을 대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73년 볼프강이 바그너 가문의 간섭을 막고 안정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바이로이트 재단이 이번엔 그에게 칼을 들이댄 것이다.

볼프강이 믿는 구석은 단 하나. 매년 바그너 음악의 메카 바이로이트로 성지순례를 떠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전세계의 '바그너 신도' 들이다.

하지만 상황은 볼프강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정상급 바그너 가수들과 지휘자.연출자들이 볼프강의 독단적인 운영 스타일과 박물관화돼 가는 무대연출에 불만을 표하면서 바이로이트를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메조소프라노 발트라우드 마이어,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베이스 바리톤 한스 조틴에 이어 올해 '반지' 에서 브륀힐데 역을 맡은 소프라노 가브리엘레 슈나우트도 지난달 출연 포기를 선언했다.

2년전 후계자 문제를 꺼낸 것은 볼프강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딸 에바와 조카 니케(54)로 후보가 압축되자 없었던 일로 하자며 서둘러 수습에 나섰으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됐다.

올해 창설 1백25주년을 맞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 전용극장으로 설계한 축제극장(1천9백25석)에서 열리는 바그너 음악제로 1876년 8월 '라인의 황금' 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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